동네에 있었으면 좋겠는 티룸, The Tea Rooms

영국에서 지내면서 가 본 티룸이 몇 개인지 세어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기회가 있을 때면 애프터눈 티를 찾아 마시기도 했고, 제대로 차린 애프터눈 티까지는 아니어도 크림티(스콘+티)는 종종 마시곤 하는데 그 중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티룸, The Tea Rooms. Stoke Newington이라는 멀디 먼 동네에 있는 티룸이라 제한된 시간과 동선으로 움직이는 관광객에게 추천할 만한 곳은 전혀 아니다. 영국에 처음 왔을 때 런던에서 애프터눈 티 할만한 데 어디 있나 찾아보다가 발견한 그저 소박한 동네 티룸. 하지만, 조금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런던을 여행하는 사람에게는 '현지인 놀이(?)'하기 좋은 곳. 이 티룸이 있는 Church Street에 아기자기한 가게도 많아서 구경하기 좋다. 사실 나는 이 거리의 어느 가게에서 찻잔도 두 세트나 건졌는걸. 

그저 소박한 동네 티룸인 이 곳. 일단은 맛있다! 스콘에 클로티드 크림과 잼을 같이 발라먹을 때 잼의 맛이 너무 강하거나 인위적이면 전체적인 맛의 균형을 무너뜨리게 되는데, 이 곳의 홈메이드 라즈베리 잼은 스콘과 고소한 크림의 맛에 기분 좋은 액센트를 더해준다. 애프터눈 티의 경우, 먹다보면 질리거나 느끼해서 끝까지 못 먹고 남기는 경우가 잦은데, 이 곳의 애프터눈 티는 양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샌드위치부터 마지막 케이크까지 모두 다 맛있어서 기분 좋게 남김 없이 먹을 수 있다. 디저트용 단 케이크를 맛있게 준비하는 애프터눈 티 세트는 별로 보지 못했다. 지나치게 달거나 애프터눈 티 세트용으로 강등해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있는데, 이 곳의 케이크는 모양은 투박해도 참 맛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가벼운 점심식사+크림티+당근 케이크와 진저브레드를 먹었는데 당근 케이크도 맛있었지만 파운드 케이크처럼 구워낸 진저브레드가 참 맛있었다. 양이나 분위기에 비해 애프터눈 티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라 멀리까지 찾아갔다 실망했다는 평도 있던데, 영국 여러 곳에서 애프터눈 티 또는 크림티를 시도해본 결과 가장 만족스러웠던 곳은 이 곳!  

홈페이지는 http://www.thetearooms.org/  애프터눈 티의 경우 사전 예약을 해야 하고, no-show에 대비한 카드 정보도 알려줘야 한다. 크림티나 그냥 케이크와 차 한 잔 하겠다는 경우에는 예약 불요. 

이런저런 맛집 리뷰나 애프터눈 티 품평, 런던 시장 나들이, 공연 리뷰 등 기획 포스팅 거리는 많은데 시간 부족으로 제대로 글을 쓰기는 어려운 실정이지만, 기억이 바래지기 전에 짧게라도 메모를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