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을 읽는다는 것, 그것을 쾌락이라고 부르기에는 다소 주저되는 바가 있습니다.
쓰지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적어도 저에게는 그것은 쾌락임과 동시에 뭔가 몹시 끔찍한 것이기도 합니다. 읽을 때마다 악몽 속으로 질질 끌려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드니 말입니다.
위대한 작품은 반드시 우리를 어딘가 먼 곳으로 데려다주지만, <폭풍의 언덕>은 넘어서면 안 되는 한계선 바로 앞까지 우리를 데리고 가는 것 같습니다. 다 읽고 나서 책을 덮으면 마치 컴컴한 움막에서 살아 돌아온 것처럼 햇살이 눈부시게 느껴집니다.
ㅡ쓰지 구니오, 미즈무라 미나에, 필담(筆談)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