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맡의 책
가을이었다
소리-
2014. 7. 12. 08:11
파동이 길었다. 물기 빠진 잎사귀들이 떨어져내렸고 나무들은 제각각 덜린 무게가 헛헛해 서러웠다.
苦苦苦 機上苦 (고고고 기상고)
田中苦 廚下苦 十二時何時不苦 (전중고 주하고 십이시하시불고)
괴로움 괴로움 괴로움일러라
베틀 위에 앉아도 괴로움 밭 가운데 들어도 부엌 아래서도 괴로움 열두 때 어느 땐들 괴롭지 않으리야
공글러 속으로 밀어넣어두었던 마음들이 추야장 잘깃한 괴로움을 어쩌지 못하고 제풀에 매워졌다. 더불어 말들도 독해졌다. '숫제 죽는 게......', 그 말을 듣고 초풍하여 쥐어뜯은 가슴에 멍이 들었다. 몸이 상했든 마음이 상했든 자식은 자식이었다. 정신을 놓고 봉두난발로 배회하는 딸년을 채와 그러안고 그 밤 내내 모성이 울었다.
위배된 것들은 많았다. 산과 들이 한 해를 털어내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정돈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계절이 부여한 일시적인 역량이었다. 기록으로 영원히 남을 결과가 두려운 사람들이 다시 마음을 접어넣었다.
또 밤이었고, 가을이었다. 버리기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