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맡의 책

가을이었다

소리- 2014. 7. 12. 08:11



달을 먹다

저자
김진규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1-05-0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제1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진규 장편소설 『달을 먹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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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엉이 소리에 받친 풀벌레가 처처하게 울었다. 
파동이 길었다. 물기 빠진 잎사귀들이 떨어져내렸고 나무들은 제각각 덜린 무게가 헛헛해 서러웠다. 

苦苦苦 機上苦 (고고고 기상고)
田中苦 廚下苦 十二時何時不苦 (전중고 주하고 십이시하시불고)

괴로움 괴로움 괴로움일러라
베틀 위에 앉아도 괴로움 밭 가운데 들어도 부엌 아래서도 괴로움 열두 때 어느 땐들 괴롭지 않으리야

공글러 속으로 밀어넣어두었던 마음들이 추야장 잘깃한 괴로움을 어쩌지 못하고 제풀에 매워졌다. 더불어 말들도 독해졌다. '숫제 죽는 게......', 그 말을 듣고 초풍하여 쥐어뜯은 가슴에 멍이 들었다. 몸이 상했든 마음이 상했든 자식은 자식이었다. 정신을 놓고 봉두난발로 배회하는 딸년을 채와 그러안고 그 밤 내내 모성이 울었다.

위배된 것들은 많았다. 산과 들이 한 해를 털어내는 걸 보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정돈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계절이 부여한 일시적인 역량이었다. 기록으로 영원히 남을 결과가 두려운 사람들이 다시 마음을 접어넣었다. 

또 밤이었고, 가을이었다. 버리기에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