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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맡의 책

아작아작 씹어 삼키고픈 글, 2009/12/01


나의 프로방스

저자
피터 메일 지음
출판사
효형출판 | 2008-02-20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진정한 휴가를 꿈꾸는 현대인들의 이상향, 프로방스 프로방스는 유...
가격비교


일요일에만 일하는 젊은 아가씨가 납작한 바구니 쟁반을 갖고 나와 식탁 가운데에 놓았다. 열네 가지의 전채요리가 담겨 있었다. 아티초크 고갱이, 반죽을 입힌 작은 정어리, 향료가 든 타불레(중동식 야채 샐러드), 소금에 절여 크림 소스를 얹은 대구, 프렌치 소스를 친 버섯, 새끼 꼴뚜기, 타프나드, 신선한 토마토 소스에 적신 작은 양파, 샐러리와 이집트콩, 무와 방울토마토, 찬 홍합 등이었다. 이런 전채요리들이 잔뜩 담긴 쟁반 위에는 두껍게 썬 파테와 작은 오이, 올리브와 차가운 고추를 담은 접시가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놓여 있었다. 빵은 껍질이 바삭거리고 맛있었다. 얼음통에는 백포도주가 담겨 있었고, 샤토뇌프뒤파프 병이 그늘진 곳에서 숨쉬고 있었다.

(중략)

주요리가 나왔다. 통마늘을 넣고 요리한 분홍빛이 감도는 양고기, 어린 깍지콩과 노란 감자 그리고 양파 갈레트(팬케이크)였다. 샤토뇌프뒤파프가 잔에 채워졌다. 색이 짙고 향이 깊었다. 모리스의 말대로 '거만한 어깨를 가진 포도주'였다. 우리는 오후 계획을 포기했다. 그리고 베르나르가 갖다 놓은 물에 뜨는 안락의자를 누가 차지할지 정하려고 제비뽑기를 했다. 

치즈는 바농산이었다. 포도 잎사귀로 감싸 촉촉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었다. 뒤이어 세 가지 맛과 씹히는 느낌을 안겨주는 디저트가 나왔다. 레몬 셔벗, 초콜릿 파이 그리고 접시 가득히 담긴 크렘 앙글레즈(거품을 일게 한 생크림)였다. 다음엔 커피, 거기에 지공다산 마르 한 잔! 그리고 포만감을 나타내는 긴 숨!

ㅡ피터 메일, 나의 프로방스 中

아, 이 책을 탈탈 털어 쏟아져나오는 활자를 아그작아그작 씹어 먹으면 저 휘황찬란한 프로방스의 오찬을 즐겨볼 수 있을까. 로알드 달이나 J.K.로울링의 세계에선 가능한 일 아닐까. 부스러기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서 입 안에서 음미하고 조심스레 삼켜 식도를 타고 넘어가는 그 순간까지 느껴보고 싶은 맛있는 글. 

...배고프다.
comment [2]
091201  del
아우, 맛있겠다. 게다가 샤토뇌프뒤파프 라니!
소리
091201  del
그니까! 거만한 어깨를 가진 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여튼 맛있는 샤토뇌프뒤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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