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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맡의 책

먹는 것이야말로 인생이다, 2009/07/12


리틀 포레스트 (세트/전2권)

저자
이가라시 다이스케 지음
출판사
세미콜론 펴냄 | 2008-10-13 출간
카테고리
리틀 포레스트 (세트/전2권)
책소개
신비주의적인 스토리를 독특하고도 과감한 연출로 그려낸『마녀』로 ...
가격비교

<리틀 포레스트> 1권 뒷면에 큼지막하게 써 있는 문구이다. "먹는 것이야말로 인생이다!" 암요, 옳습니다. 재밌고 쉬운 것만 대강 골라 읽는 나의 요즘 독서 행태는 비난 받아 마땅하나, 여하튼 실정이 이렇다 보니 회사에서 읽는 보고서 외에 요즘 읽는 것이라곤 온통 만화책뿐. 뮤지컬 <바람의 나라> 예습용으로 구입했던 바람의 나라 SE 1,2권에 이어 3권도 구입하였고ㅡ딱히 좋다거나 그런 건 아닌데 연작의 1권을 산 순간,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기분;;ㅡ시은언니네서 읽어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던 리틀 포레스트 1,2권(완결)을 구입했다. 

그리하여 이번 주말은 요리만화책과 요리와 게으름을 벗삼아 낙원같이 보냈다. 다시 읽는 <어제 뭐 먹었어?>, <심야식당>과 새롭게 만난 <리틀 포레스트>랄까. 이러다 삘 받아 급기야 <며느리에게 주는 요리책>까지 꺼내들고 밥반찬을 만들기도 했다. 스토리가 있는 만화라기보다 레시피북에 가까워보이던 <어제 뭐 먹었어?>는 처음 읽었을 땐 레시피북보다는 이야기를 원했던 내겐 좀 지루했었는데, 괜찮은 거 있음 골라서 요리할 맘으로 다시 읽는 <어제 뭐 먹었어?>는 정말 너무 재밌는 거라. ㅎㅎ 미처 다 활용 못 하고 남은 샐러리가 시들어버린 것에 원통해하는 카케이 시로에게 공감의 폭소를... 크리스마스 음식으로 카케이 시로 커플이 매년 해 먹는 시금치 라자냐, 허브 치킨, 사워크림명란젓딥을 발라 먹는 바게뜨는 넘 맛나보여서 눈물이 날 것 같았고 ㅠㅠ (오븐이 없어 라자냐를 할 수가 없는데다가 맛있는 라자냐 파는 데 찾기도 힘들다.)

<어제 뭐 먹었어?>와는 사뭇 다른 환경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인 <리틀 포레스트>는 너무도 훌륭해서 내내 황홀해하며 읽었다. 이건 회화 수준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서정적인 그림에,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은 어떻고... 내 비록 직접 경작, 수확을 해 본 적은 없으나, 농촌에서의 계절의 순환이나 부모님의 경작, 수확을 보아 알고 있는 것을 그토록 세세하게 표현해주다니. 손만 갖다대어도 톡 꺾이는 봄고사리, 가지째 따서 말리는 곶감, 마을 뒷산의 으름... (사실 나는 으름이 좀 싫게 생겨서, 부모님이 고이 따오셔서 그렇게 먹으라고 먹으라고 하셔도 끝내 내빼곤 했지만 ㅎㅎ) 겨울이 끝날 때쯤이면, 그 다음 겨울 식량을 준비하는... 그리고 그런 삶의 반복이 일상인 코모리 마을의 삶.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은 가을대로, 겨울은 겨울대로, 그렇게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여 자급자족하는 규칙적이고 주기적인 삶이 행복하게 여겨지던 마음은 그저 환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행복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간만에 삘 받은 김에 집에 있는 식재료를 활용해서 만들 수 있는 음식들을 이것저것 해먹었는데, 시은언니네서 얻어온 썬드라이드 토마토와 이탈리아 고추 양념을 활용해서 만든 올리브 오일 스파게티 (마침 냉장고에 있던 베이컨과 완전 사랑하는 마늘을 듬뿍 넣었다.), 소금물에 담갔다가 졸였는데도 무참히 뭉개지던 당근감자조림, 목젖을 시원하게 탁 쳐 주도록 매운 고추를 듬뿍 넣은 맑은 두부 찌개, 김치만 두고 먹어도 밥을 뚝딱 먹어치울 수 있는 카레, 미소가 있었으면 원하는 맛을 낼 수 있었겠지만 이도저도 무슨 맛인지 난감한 미역된장국, 시들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할 양상추를 활용한 샐러드, 그냥 쓱싹 씻어 얇게 슬라이스해서 껍질채 튀긴 고구마ㅡ이런 것도 요리로 쳐 준다면ㅡ정도였다. 

감자는 뭉개지고, 두부찌개엔 고추가 좀 많이 들어갔고, 미역된장국은 간이 심심했지만, 어쨌거나 내 입맛에는 그럭저럭 맛있게 먹을 만 했는데, 그 중 냉장고 있는 거 그냥 죄다 활용해 넣은 양상추 샐러드가 꽤 맛있었던 게 의외의 수확이랄까. 양상추 몇 장 뜯어내서 씻은 후에 손으로 잘라서 체에 두고 물기 빼는 중에, 베이컨이랑 슬라이스한 마늘을 볶는다. 물기 빠진 양상추를 접시에 깔고, 가운데 베이컨과 마늘을 얹는다. 그냥 먹기엔 좀 맛없던 상하 브리 치즈를 잘게 썰어서 그 위에 뿌리고, 찬장을 열어보니 아직 조금 남아 있는 건크렌베리도 낙낙하게 뿌린다. 드레싱은 아주 간단하게 트러플향이 가미된 발사믹 식초+화이트 와인+올리브유를 섞어 휘휘 뿌린다. 마늘/베이컨+브리치즈/크렌베리의 조합이 과연 어울릴까 싶었는데, 이게 웬걸... 넘 맛있던 거지. 덕분에 자칫 오래 묵힐 위험이 있는 베이컨과 브리치즈를 다 해치워버리기도 했고. ㅎㅎ 

이 와중에 홍대 근처에 당고집이 생겼다는 희소식을 듣고, 폭우(사실 그 정도로 많이 오고 있진 않았지만 ㅎㅎ)를 뚫고 상수로 당장 출동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일단 식욕을 자제하고 다음 번에 가기로 했다. 이 기쁜 소식을 듣고 조만간 함께 출동하자고 화답해준 S언니 감사 ㅎㅎ 아, 단팥 듬뿍 얹은 당고 너무너무 땡긴다. 지윤언니랑 함께 갔던 나츠메 소세키의 단골 당고집이 생각나. 다시 가고 싶어라. 

< S언니를 위한 카케이 시로의 시금치 라자냐 레시피 > 

1. 미트소스 준비
- 마늘 1쪽, 샐러리 1개, 양파 1개, 다진 당근 반개를 볶다가 갈은 돼지고기를 넣고 마저 볶는다. 
(돼지고기는 120g 정도. 쇠고기와 반반 섞거나 쇠고기만으로도 오케이)
- 여기에 토마토 통조림을 한 캔 넣고 토마토를 으깨가며 끓인 뒤, 통조림 캔에 물을 2/3 정도 채워서 냄비에 붓는다. 
- 고형 콩소메 두개, 설탕 약간, 월계수, 바질, 오레가노를 넣고 마지막에 소금, 후추로 간을 한다. 

2. 화이트 소스 준비 
- 버터 30g을 냄비에 넣어 녹인 뒤 여기에 밀가루 2큰술을 넣고 중약불로 볶는다. 
- 멍울이 없어지면 우유 300cc를 조금씩 넣어가며 걸쭉해질 때까지 저으면서 끓이다가 마지막에 소금, 후추로 간을 하면 끝. 

3. 라자냐를 삶을 큰 냄비와 시금치를 데칠 작은 냄비에 각각 물을 넣고 끓여서, 시금치 1단은 끓는 물에 소금을 살짝 넣어 나물할 때처럼 데친 뒤 찬물에 헹궈낸 다음 물기를 짜내고 큼지막하게 썬다. 

4. 라자냐 6장은 끓는 물에 식용유 약간과 소금 1큰술을 넣고 들러붙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삶아 체에 건진다. 

5. 내열그릇에 1/4 분량의 토마토소스를 바른 뒤 라자냐 2장, 화이소스 1/3, 시금치 1/3, 피자치즈, 토마토소스 1/4, 파마산 치즈를 세 차례 반복해서 올린다. 

6. 오븐에 구우면 라자냐 완성.

+ 시금치가 들어간다는 거 말고는 특별한 건 없지만 책에 쓰인 거 그대로 옮겼소. ;-)

comment [9]
소리
090713  del
http://lady.khan.co.kr/khlady.html?mode=view&code=9&artid=8068 
오, 이거 좋네. :-) 나 토마토수프 완전 사랑하는데, 먹은 지 오래다. 오늘 같이 비 많이 오는 날 어울렸을 것 같은데... 여름이니까 가스파초를 시도해볼까나. 암튼 토마토는 참으로 기특한 식물!
coolcat
090713  del
제가 주말에 해 먹은 단호박 냉수프 추천이에요~ 

단호박 200g, 우유 170ml, 생크림 50ml, 꿀 1T, 소금 약간 
1. 단호박을 썰어 씨빼고 전자렌지에 6분 돌린다. 
2. 익은 단호박을 한김 나가게 식힌 후 껍질 벗기고 나머지 재료 몽땅 넣어 핸드 블랜더로 갈아 냉장했다가 먹는다. 

너무너무 간단하지만, 맛은 꽤 괜찮답니다~
090713  del
토마토수프. 한 솥 끓여봐? 그전에 저 라자냐를 위해 라구부터 한솥 끓여놓아야할듯.
090713  del
요리 레시피가 외계어처럼 읽히지만.ㅋㅋㅋ 어쨌건 행복하고 맛있어 보인다!!! 흑 맛있는거 먹고 싶다~~~
은미
090713  del
우와~ 맛났겠는 걸..(언제 나 스파게티 함 해줘봐봐..ㅋㅋ) 갑자기 소리 이사하고 집에 갔던 날 냉장고 위에 놓여있던 소리 어머님의 요리레시피 메모가 생각난다..이제 와서 하는 얘기지만..그날 그거 보고 참 부러웠었어 ^^ 
난 지난주에 고춧가루 팍팍 풀어서 끓인 오징어 무국, 깻잎과 쑥갓, 당근 등등 넣어 버무린 도토리무침, 양파 당근 함께 깍둑썰어 조린 감자조림(소리랑 같은 거 먹었네~ 난 안 뭉개졌는데..ㅋㅋㅋ), 꽈리고추멸치볶음 해먹었어.. 우헤헤헤헤~
소리
090713  del
coolcat/ 왓. 그것도 맛나겠네요~ 알려주신 레시피 감사히 활용하겠슴다. >_< 사실 전 어제 뭐 먹었어? 2권에 실린 단호박 카레 우동도 몹시 땡겨요! 함께 맛난 거 먹으러 가요, coolcat님~ 

아이트리아/ 한 솥! '솥'이라는 단위가 매우 맘에 들어. :-D 뭐든지 한 솥 끓일 때 날 부르라구요~ 갑자기 언니가 종종 해 주던 라따뚜이 생각도 나고... 참말이지, 나의 식도락의 팔할은 언니에게서 온 듯. ^^ 

나리/ 이렇게 1차원적인 육욕에 사로잡혀 사는 게 마땅한가 싶다가도, 맛있는 거 입에 들어가면 혹은 들어갈 생각하면 그저 좋은 것을 어쩌냐구 ㅠㅠ 

은미/ 우리 집에 오든지 나를 언니네로 부르든지 ㅎㅎ 스파게티야 베이스 소스부터 손수 만드는 거 아니면 라면 끓이는 것 만큼이나 간단한 걸 뭐~ 언제든지 만들어 줄 수 있지. 다만 맛은 보장 못함 ㅎㅎ 

아, 그 메모 이제는 찬장에 붙어 있어. 냉장고도 큰 걸로 바꿔서 이제 냉장고 위에 뭘 올려둘 수가 없거든 ㅎㅎ 그 레시피 메모의 기원은 뭐냐면 ㅋㅋ 울 오빠가 혼자 자취 시작했을 때, 엄마가 남자 혼자라도 끼니 대충 때우지 말고 잘 해 먹고 지내라고 메모 적어주셨던 거... 정작 나는 활용을 별로 못해봤네 ㅎㅎ 

그나저나 언니 완전 맛있는 것만 먹었네 ㅠㅠ 오징어국 시원했겠고, 도토리묵도 입맛 돋궈줬겠고, 안 뭉개진(!) 감자조림에, 내가 완전 좋아하는 꽈리고추멸치볶음! 침 나온다 ㅋㅋ 아, 음식 얘기하니까 배고파진다 ㅠㅠ
090715  del
레시피 외워 두겠음 하하하
소리
090716  del
아이트리아/ 헤헤.. 내일 보아~
090729  del
이제 왔어. 고맙다. 또 가자. 당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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