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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행자

Père Lachaise, 2007/01/06


12월 30일, 비뿌리고 바람 불던 날. 

민지, 경희언니와 함께 페르라쉐즈에 갔다. 

과연 "the world's most visited"라는 수식처럼, 
여태껏 내가 보아온 공동묘지 중 가장 아름다웠다. 
길게 뻗은 가로수와 끝이 없이 이어지는 돌길, 언덕과 계단. 
그리고 빽빽한 석관과 무덤, 납골당.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나는 묘지를 좋아한다. 
산속 깊이 있는 우리나라의 공동묘지 말고
도심이나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공원처럼 만들어진,
소풍을 와도 좋을 만큼 친근한 서양의 묘지들.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는 것, 
죽음이 그리 낯설고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 
떠난 자들을 기억하며 살아가는 산 자들이 있다는 것, 
그런 것들을 기억하게 해 주기 때문에. 

에디뜨 피아프, 쇼팽, 비제, 오스카 와일드 등등
유명인사들이 잠든 곳으로 유명한 묘지 페르라쉐즈.

지도 한 장 사 들고 이 무덤 저 무덤 찾아
그 넓은 묘지를 헤집고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았지만, 
참 아름답고 운치 있는 묘지 산책 그 자체만으로도 즐거웠던 시간. 

궂은 날씨에 몇 시간 동안이나 걷느라고 
나중에는 뻗어버리고 말았지만. :) 

오늘 찾아온 여섯 롤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 
페르라쉐즈의 돌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