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플레이빌

제이미 컬럼 첫 내한 콘서트, 2010/04/12



제이미 컬럼 첫 내한공연

장소
유니클로 악스(구 악스코리아)
출연
제이미 컬럼
기간
2010.04.10
가격
스탠딩 99,000원, 지정석 99,000원

...에 대한 감상을 좌정하고 서론/본론/결론 갖춰 남기고 싶지만!
게으름 때문에 손이 가는대로 끄적여둔다. 이마저도 적지 않으면 사장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3년여만에 만났으나 늙기는 커녕 더 귀여워진 듯한 제이미. 여전히 반짝인다. 조금만 더 하면 능글맞아 보일 수도 있는 그 싱그러운 웃음도 여전히. 내가 절대 보일리가 없는데도 나를 보고 웃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는 웃음. (아니나 다를까 객석 여기저기에서 나 보고 웃는다며 탄성이;;;)

최신 앨범 [The Pursuit] 위주로 연주할 것 같았는데, 초반에는 신곡으로 몰아가다가 중후반에는 Catching Tales와 Twentysomething에 있는 곡들을 많이 연주했다. 신곡 앨범에서 내가 듣고 싶었던 몇몇 곡들이 레퍼토리에 없었던 게 아쉬웠지만, 듣지 못할 줄 알았던 예전 곡들을 불러줘서 좋았다. 전주가 시작될 때 뭉클, 하며 벅차오르던 감정. 

사실 스탠딩 자리(좌석이라 할 순 없겠고 입석인가)와 관련한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여러 밤을 뺏고 뺏기며 사수했던 앞자리 입장권이 무용하게, 저녁식사 후 공연장에 갔더니 이미 20분 전쯤에 입장이 시작되었던 것. 아니, 진작에 입장 시간을 안내해주던가... (나중에 너무 억울해서 귀가 후 티켓 예매처를 확인해봤더니 구매시에는 없었던 정보가 언제 올라가 있었던 거야...) 국내에서 스탠딩 공연을 간 적이 거의 없어 한 시간 반 전부터 가서 입장 순서대로 진치고 있어야 한다고는 생각도 못했던 거다. 결국 1열에 설 수 있었을 표를 들고 11열쯤 서게 되었던 거고, 게다가 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있는 커플들 뒤에 서게 되는 바람에 발꿈치 들어가며 무대를 보느라 체력적으로 지치더라. (덕분에 지금까지 종아리에 알이 배겨있다;;) 이 와중에 그 장신의 커플들은 서로 잘 보이냐고 계속 귓속말로 확인... (야!) 키가 작은 것도 큰 것도 죄는 아니지만, 스탠딩 공연에서는 폐나 약점이 되기도 하는 비정한 현실 ㅠㅠ 

공연 관람에 있어 자리의 영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동행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어 차라리 2층 지정석에 편히 앉아서 볼 걸 그랬나 살짝 후회감도 들었는데, 좌석에 앉아 몸을 흔들고 소리를 지르고 점프를 하기는 또 어려우니... 아무튼 그리하여 관객들 틈바구니에서 서로서로 촘촘히 붙어 까치발을 하고 깡총거리며, 보이는 건 보고 보이지 않는 건 보지 않으면서 관람을 했다. 사람들이 중간중간 제이미의 퍼포먼스 때문에 웃는데 왜 웃는지 모르고... ㅠㅠ 나중에 알고보니 제이미가 엉덩이로 건반을 내리쳐서 연주를 마무리해서 웃었다는 것 같고. 이렇듯 시각적으로 놓치게 된 것들이 많아서 자못 아쉬웠다. 

워싱턴 DC 클럽에서의 제이미 컬럼 스탠딩 공연은 관객 사이의 공간이 조금 더 있었고(옆에 광분해서 날뛰는 여자한테 몇 대 맞긴 했지만;;;), 뒤늦게 입장했지만 키 작은 민지와 나는 사람들을 헤쳐 1-2열까지 어렵지 않게 진입할 수 있었고, 사람들도 자리 이동하면서 맥주도 마시다가 화장실도 다녀오다가 하는 자유로운 분위기였던 반면, 한국에서의 스탠딩은 매우 촘촘하고 유동적이지도 않은 조직적인 분위기였다. 그래서 좀 힘들었고. 

자리 문제와 다소 짧게 느껴지던 공연 시간을 제하면 명불허전의 라이브였다. 앵콜 무대가 두 번이나 있었는데도 공연이 2시간 20분에 조금 못 미치는 정도로 마무리되어 절정에 이르기 전에 긴장이 해소된 기분이 들었던 것. (제이미의 경우에는 관객 모두가 부흥회 신도마냥 점핑하던 순간을 클라이막스로 이끌어내려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

DC의 공연에서는 객석으로 뛰어 내려오기도 하고, 코러스로 자신의 솔로를 받쳐주기를 부탁하며 지휘하는 등 제이미가 관객의 참여를 훨씬 더 많이 유도했던 반면, 악스홀 내부가 무대에서 객석으로의 진입이 용이하지 않은 구조여서인지 객석으로 다가오진 않아서 좀 아쉬웠고. 

분명 여러 아쉬움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좋았던, 다음 번이 또 기다려지는 그의 무대였다. Twentysomething으로 주목받았던 그는 더 이상 twentysomething이 아니고, 그의 Twentysomething에 공감했던 나도 (적어도 한국에서는) 더 이상 twentysomething이 아니지만, 그 경계 쯤에서 twentysomething의 마음을 다시 느끼게 해 주던 무대. 

그의 지난 앨범들을 모두 다 꺼내놓고 차례차례 가사를 음미하며 듣고 싶어졌다. 출장길에는 짬이 난다면, 국내 발매가 되지 않은 그의 앨범을 구매해 올 요량이고, 다녀와서는 블렌하임궁에서의 그의 라이브 콘서트 DVD를 관람할 계획이다. 

그나저나, 한국팬들의 가히 열광적인 호응에 감동했던지 제이미가 트위터에 Korea, you raised the bar! What an audience! 라고 적었더라. 제이미가 옷을 벗어도 입어도 물을 마셔도 쉴새없이 쏟아져나오던 그 비명들은 나로서도 좀 재밌었는데, 제이미가 단단히 감동을 한 듯. 두 번째 앵콜 무대이자 마지막 곡이었던 High and Dry를 연주하기 위해 다시 무대로 나왔을 때의 그의 표정. (이는 비단 제이미에게만 해당하는 열광적인 호응이 아니라 M님의 말씀처럼 음주가무를 워낙 즐기는 우리네 기질이 반영된 콘서트 관람 태도인 듯도 했지만^^) 

최대한 빨리 다시 한국에 오겠다던 제이미의 약속처럼, 앞으로는 꾸준히 서울에 와주었으면 좋겠다. 다음 번 공연 때는 꼭 1열을 사수할테니. M님, 그 때도 함께 하시죠. :-)

+ 잔잔한 멜로디가 듣기 좋은 Photograph가 실상은 sex and drug에 관한 노래였다는 걸 왜 이제서야 깨달은 거지 ㅎㅎ 제이미가 곡 소개하면서 "이번 곡은 sex, drug...... 그리고 photograph에 관한 노래"라고 했을 때 우하하 웃고 말았다는. 왜 아니라, 정말 이 노래는 sex and drug에 관한 노래였던 것을. 

+ Twentysomething 부르면서 제이미가 I can't even separate love from lust에서 lust를 sex로 대체해서 불렀는데 그건 좀 마음에 들지 않았어. lust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이 훨씬 좋은데, 두운도 맞고.
comment [2]
han
100414  del
와우 서울 공연은 대단했던 모앙이네요 제가 간 공연은 3회 공연중 유일하게 전원 착석해서 보는 공연이어서 (나이가 드니 어느 공연이고 2시간 스탠딩은 너무 힘들더라구요ㅎ) 처음엔 조용히 관람만 하는 분위기였다가 막판에 제이미가 객석 한가운데로 내려와서 노래하기 시작하면서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거든요 그래서인지 공연이 끝나고 나니 신나게 춤추다가 갑자기 음악이 꺼져버린 것 같은 아쉬운 느낌도 조금 있었구요 어쨌든 서울 가서 제이미님이 또 방한해주신다면 저도 함께 가요! :)
소리
100426  del
네, 꼭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