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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빌

짧은 잡담 : 베로나의 두 신사, 2010/07/24



베로나의 두 신사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출연
김호영, 이율, 최유하, 김아선, 오석원
기간
2010.07.17(토) ~ 2010.08.28(토)
가격
R석 60,000원, S석 50,000원, A석 40,000원

10/7/23 김호영/이율/김선아/최유하/성기윤 등, 세종M씨어터

여느 여자아이들처럼 어렸을 적 친구들과 인형놀이를 많이 했었다. 바비인형(실제로는 바비는 아니었고 미미쯤 되었지) 놀이에 으레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공주와 왕자. 약간의 시련을 겪은 후, 언제나 결말은 공주 자매와 왕자 형제의 합동 결혼식로 맺었었다. (모두가 공평하게 공주역을 맡아야 했기에 자매로 등장할 수 밖에 없었다.) 그게 그 시절 우리들의 최고의 해피 엔딩이었다. 

[베로나의 두 신사]를 보면서, 나는 그 시절의 인형 놀이를 떠올렸다. 플롯이 뻔하거나 말거나, 캐릭터가 평면적이거나 말거나, 즐겁기만 했던 우리들의 놀이를. 몹시 사랑스럽고 유쾌한 이 작품이 눈 앞에 펼쳐지는 한 시간 반 여 내내 배를 잡고 깔깔댔고, 배우들만큼이나 오버리액션으로 대사 사이사이를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는 온갖 탄성과 탄식, 의성어로 채웠다. 

대놓고 가벼운 형식을 취하지만 내용은 영 가볍지만은 않은 이런 작품, 나 완전 좋아한다. 인형 놀이 버전의 셰익스피어라도, 셰익스피어는 셰익스피어잖아? 문어체로 속사포처럼 쏟아내던 대사들도 주옥같았다구. ㅎㅎ 
오랜만에 무대에서 보는 호영군은 언제나처럼 반짝였고, 역시 오랜만에 보는 최유하씨, 김아선씨, 이율씨(는 그래도 가장 최근 로맨스로맨스에서 봤구나...)도 반가웠고ㅡ다시 느꼈지만 난 최유하씨 소리 참 좋아한다니까ㅡ귀엽기 그지 없던 나의 벅, 김남호씨는 왜 이렇게 잘 생겨진 건가 싶었고, 성기윤씨는 다 좋은데... 왜 이렇게 노래가 없으시냐며 ㅠㅠ 

앙상블에서 Y군을 보고 완전 놀라서 귀갓길에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전화가 왔다. 친분까지는 아니지만, 안면 있는 정도보다는 조금 더 가까운 Y가 성실히 배우의 길을 걷고 있는 걸 볼 수 있어서 반가웠고, 또 괜히 자랑스럽더라. 

곧 할인이 풀리지 않을까 싶어 망설였지만, 오늘 같은 날씨에 내가 기대했던 것만큼의 즐거움을 선사해준 [베로나의 두 신사]. 유쾌발랄명랑 소극을 원하는 관객들에게 강력추천!

p.s.
김호영씨가 어느 인터뷰에서 이 작품 하면서 [자나, 돈트!] 생각이 많이 났다고 했던데, 나 역시 그랬다. 

[자나, 돈트!]도 다시 보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