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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빌

심청가 中, 심봉사 눈 뜨는 대목



심청가에서 심봉사 눈 뜨는 대목에는 언제나 목이 멘다. 이번에도 여지 없었다. 휘모리로 계속해서 몰아가다가 제일 마지막에 절정으로 지르지 않고 툭 끊어내듯 "눈을 번쩍 떴구나" 하는 순간의 강약 조절도 절묘하다.

(휘모리)

심황후 거동봐라 이말이 지듯 말듯 산호 주렴 걸쳐버리고 우루루루루루 달려들어 부친의 목을 안고 아이고 아버지

심봉사 깜짝 놀래 아버지라니 누가 날더러 아버지여 누가 날더러 아버지여 나는 아들도 없고 딸도 없소 무남독녀 외딸하나 물에 빠져 죽은지가 우금 삼년인디 누가 날더러 아버지여

아이고 아버지 여태 눈을 못 뜨셨소 아버지 눈을 떠서 나를 보옵소서 임당수 빠져죽은 불효여식 심청이가 살아서 여기 왔소 아버지 눈을 떠서 어서어서 저를 보옵소서 

심봉사 이 말 듣더니 먼 눈을 희번덕거리며 이것이 웬말이냐 내가 죽어 수궁을 들어왔느냐 내가 지금 꿈을 꾸느냐 이것이 참말이냐 죽고 없는 내 딸 심청 여기가 어디라고 살아오다니 웬말이냐 내 딸이면 어디 보자 아이고 갑갑하여라 내가 눈이 있어야 내 딸을 보지 어디 내 딸을 좀 보자 아이고 갑갑하여라 두 눈을 끔쩍끔쩍거리더니

눈을 번쩍 떴구나
글썽글썽하며 듣다가, 순간 우스운 생각이 들었는데... 심봉사가 삼년만에 나타났다는 딸을 보고 싶어 갑갑해하다 제아무리 눈을 번쩍 떴다 한들, 결국 이 아비는 딸을 생전 첨으로 보는 게 아니더냐. 이 때 눈을 떠서 얼굴을 본들 청인지 아닌지 어찌 알 수 있겠냐구. 뭐 그런 쓸데없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웃었다. 

지난 번 뮤지컬 [서편제] 때도 그랬지만, 심청가 완창으로 듣고 싶구나. 어릴 적엔 좋은 줄 몰랐던 게 자꾸 좋아진다.  
comment [10]
101206  del
응. 나도 어릴 적엔 좋은 줄 몰랐던 게 자꾸 좋아져. 어릴 때 국악 진짜 안 좋아했는데(사물놀이 빼고)..크면서 점점, 어? 나쁘지 않네? 이러더니 요즘은 아쟁 연주도 좋고, 태평가를 듣는 것도 좋고..짜증은 내어서 무엇하리~
소리
101207  del
오, 태평가.... 듣고 싶다. 나에게 필요한 노래야.... 언제 함께 모여서 국악 감상... 이런 것도 재미나겠구나. 그러고보니 우리 성스 스터디는 어케 된 건가... ㅠㅠ 

아버지가 어렸을 적 판소리 배우라고 배우라고 하셨을 때 왜 그렇게 싫다고 싫다고 했을까 뒤늦은 후회....
101207  del
난 한국 무용도 배우고 싶다. 아, 하고 싶은건 많고, 시간은 제한적이고, 몸뚱이는 게으르고..-_-;; 

그나저나 국악은 호박이나 버섯반찬 같은건가봐. 나이먹을 수록 좋아지니..우리의 성스 스터디는...쿨럭..크리스마스에? ㅠㅠ
101208  del
민지 웃겨 ㅋㅋㅋㅋㅋ호박이나 버섯반찬이라니. 적어도 추어탕 정도는 되야!
소리
101209  del
민지, 와나/ 난 '삶은 무'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음 ㅎㅎ 추어탕은 어렸을 적엔 많이 접하지 않으니 싫어했던 범주에도 안 들어가는 것 같아. 콩, 호박, 삶은 무, 굴... 이런 건 어렸을 적 싫어했던 기억이 생생한데 말이지.
101210  del
와나...추어탕이라니..진정한 어른인가. ^^ 사실 난 추어탕 먹어본 적이 없어. 주변에서 먹는 사람도 별로 못봤고..충청도라서 그런가? 아님 우리집만 그랬나?
101210  del
나도 어릴 때 삶은 무, 삶은 당근 다 싫어했어. 뭔가 미끄덩, 물컹, 부드러운 질감의 음식은 다 안좋아했던 거 같아. 굴도 싫었고, 회는 정말 싫어해서 입에 대지도 않았는데...지금은 없어서 못 먹으니..^^
소리
101210  del
민지/ 헉!! 민지야, 너 정말 추어탕 한 번도 안 먹어봤어? 이런이런... 다음 번에 같이 추어탕 먹으러 가세나. 남원추어탕이 정말... 맛있는데. 아 생각난다. 남원에 참살이 추어탕~
101213  del
호박이나 버섯반찬 추어탕같은건...어렸을적부터 좋아한..ㅋㅋㅋ 
나에게 국악같은건..머랄까 해삼과 멍게의 맛을 알아가는 그른거랄까.-.-;;;;
소리
101213  del
크크... 먹는 얘기로 귀결되는 이런 즐거움이라니... 해삼, 멍게 먹고싶어~~~ 해산물이 땡기는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