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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빌

호사스런 주말의 문화 생활, 2010/01/31

꼬마 니꼴라 ★★★☆

그 어떤 영상도 쎙뻬의 삽화를 넘어설 수 없겠지만, 꼬마 니꼴라의 실사판도 참 사랑스러웠다. 니꼴라는 삽화보다 너무 잘 생겨진 것 같고, 아냥은 싱크로 백퍼센트 ㅎㅎ "90분간의 치유"까지는 모르겠고, 중간중간 느슨해져 지루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귀엽고 즐거운 영화였다. 불어 듣기 실력 향상 의지를 다시금 새기게 되었고, 설 연휴 때 집에 가서 꼬마 니꼴라 시리즈를 몽땅 다시 읽고 싶어졌다. 불어판은 싸 들고 와서 스터디 용도로 활용할까나. 

아, 종로 3가의 둘둘치킨은 연강홀 앞 둘둘치킨보다 살도 많고 맛있었다. 어울리진 않지만, 계란찜을 반찬으로 주는 것도 특이점. 역시, 치맥은 개념. 


호야(好夜)

장소
남산예술센터
출연
김진아, 김선표, 전미도, 홍성경, 조시내
기간
2010.01.23(토) ~ 2010.01.31(일)
가격
일반 25,000원


호야(好夜) ★★★

이런 작품이 있다는 것도, 공연 중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다가 은미언니의 평을 읽고 혹해서 이번 주말에 막 내린다기에 급히 현장 예매해서 관람했다. 결론부터 내자면, 한달음에 내달려 수급받고 싶었던 카타르시스는 아쉽게도 없었다는 것. 극중 인물들의 절절한 사랑이 어쩐지 좀 멀었다.  

극의 형식은 좋았다. 소품 없이 흰 정사각형으로 비어 있는 무대. 그 정사각형의 삼면을 둘러싸고 극이 진행되는 모든 순간을 엄청난 집중력으로 채워나가는 배우들과 연주자. 무대는 비어있지만, 감정의 밀도는 촘촘하고, 단촐한 무대는 아늑한 느낌마저 준다. 배우들은 대사로만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문까지 고스란히 읽는다. "마음이 머문 듯 발걸음을 멈춘다", "무릎을 탁 치고 배가 찢어질 듯 웃는다", "왕이 심히 노하여" 등등 괄호 안에 묶여 있을 무수한 지문들을. 발을 구르고 무릎을 치며 효과음을 내기도 하고, 허밍으로 배경음악을 채우기도 한다. 여러 모로 보는 재미가 있는 연출이다. 배우들의 집중력과 감정 몰입도 놀랍다. 사각형 밖에서도 사각형 안의 인물과 함께 연기하며 주룩주룩 눈물을 흘린다.   

그런데 문제는 그 절절함이 객석의 나에게까지 와 닿지는 않더라는 것. 배우들의 감정 몰입에 막상 감탄은 하면서, 정작 내가 이입하기는 어려웠다. 뭐랄까... 이 연출-극본가의 다른 작품인 [청춘 18대 1]을 봤을 때 느꼈던 그 기묘하게 멀던 절절함과 유사한 감상이었다. 그 때는 최루성 엔딩에 결국 꺽꺽 울고 나서는 왜 그리 울었나 싶어 살짝 부끄럽고 좀 허전했었지.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던 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걸 보면, 분명 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호야]의 애절함이 깊숙히 가까이 흘러들어왔던 것 같다. 그렇다면, 내겐 왜 그리 멀었던 걸까. 닿을 듯, 흘러들어올 듯 하다가 결국 저 멀리 머물러 있던 그 감정들. 

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문 당하는 귀인을 홀로 두고 자결한 한자겸을, 정을 통한 두 남녀를 죽여야만 얻을 수 있는 지엄한 왕권이라는 것도, 왕명이랍시고 마음에 품은 상궁을 제손으로 베어버리는 내관의 비정함도. 사랑하는 사람들이 택한 결말이라는 것이 죄다 비겁했다. 제 자리, 제 목숨 부지하려고 계속해서 사람들을 잡아들이는 왕과 목숨 잃은 박상궁과 내관이 서로를 끌어안는 환상이 대비되는 엔딩에는 물음도 일었다. 

그래도 한자겸의 자결 소식에 "나으리, 나으리!"하며 울부짖는 귀인의 목소리엔 마음이 저릿하여 나도 모르게 또르르 눈물이 흐르더라. 그나마 마음을 흔들던 건, 사랑 앞에서 가장 솔직하고 용감한 선택을 한 사람들. 다음 작품들을 궁금케 하던 전미도씨. 아, 그리고 김은실씨도 [청춘 18대1] 때보다 훨씬 좋더라. 어디서 봤는데, 봤는데 하면서도 정작 [청춘 18대1]에서의 그 배우라고는 인지하지 못한 걸 보면ㅡ완전히 다른 배역, 다른 분위기여서 그랬다손 쳐도ㅡ이 분도 다른 작품에서의 모습이 궁금해진다.  

감정을 깊숙히 흘러들게 하는 스토리텔링에서 조금 미진한 느낌이 있지만, 그럼에도 다음 작품을 기대해보게 되는 극단이랄까. 균질한 B의 공연을 만들려 애쓰는 연출자의 성실함도 믿음직하다. LG 아트센터에서의 [토너먼트]와 올 10월에 뮤지컬로 올릴 계획이라는 [왕세자 실종사건]이 궁금해진다. [토너먼트]는 LG 아트센터에서 창작 워크샵을 진행한다는데, 창작을 공부하는 학생도 아니면서 끌린다. 

+ 서재형 연출 인터뷰 http://www.newstage.co.kr/view.php?bbs_id=play_03&doc_num=74


관람 예정 공연 : [에쿠우스], [맨 오브 라만차], [모차르트], [내 마음의 풍금(예매 완료)] 
관심공연 : [뷰티퀸], [엄마를 부탁해] 

+ [맨 오브 라만차]는 정성화-이혜경 캐스트로 보고 싶었는데, 일정상 가장 관람 가능성이 높은 건 정성화-김선영/류정한-김선영 캐스트다. 단 한 번의 관람만 할 거라면, 어떤 캐스트로 보는 게 정석일까? 이런 질문 자체가 어리석을 수도 있지만, 결정을 내리기가 좀 망설여지네. 

comment [2]
100201  del
꼬마 니꼴라, 사랑스러웠어! 그런데 어른들 이야기 말고, 아이들 이야기에 집중했으면 하는 아쉬움! 우리 리스닝을 해볼 방법을 생각해보자구..
소리
100202  del
다음 번에 라 쎌띠끄에서 맛난 갈레뜨와 크레프 먹으며 스터디 해봅세. Bon courage a no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