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플레이빌

Zanna, Don't! - 공연 보는 즐거움, 2009/03/05



자나, 돈트!

장소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출연
김호영, 이진규, 에녹, 박주형, 김태훈
기간
2009.02.07(토) ~ 2009.03.31(화)
가격
S석 50,000원, R석 48,000원, A석 40,000원

와, 뭐가 이렇게 재밌어? 

만원의 행복 세일이 뜨기 전까지 이렇게 재미난 공연에 전혀 끌리지 않았다니, 신시의 마케팅에 문제가 있는 건 아녔을까? 이건 마치 뭐랄까, <더스쿨오브락>의 허접스런 포스터를 보고는 저건 뭥미, 하고 무심히 넘겼다가 나중에 이 영화를 보고는 전구가 백개는 머릿속에서 파바박 밝혀졌던 그런 기분! 

세종 M 씨어터 2층에서 공연 본 건 여러 번이라 꽤 괜찮을 거라는 생각은 했지만 1만원짜리 A석 대비 공연 품질이 너무 훌륭해서 돈을 쓴 게 아니라 벌고 나오는 기분이었다. 제값에서 약간 할인 받아 1층 앞열에서 다시 보고 싶은 정도였으니까.  

발랄하고 유쾌하다. 정신없이 웃을 수 있다. (너무 웃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었을까봐 좀 걱정스러울 정도) 원작을 보진 못했지만, 번역도 꽤 잘 된 것 같아. 매끄럽고 재치있다. 극 전반을 채우는 깜찍하고 발칙한 풍자. 인터미션 없이 깔끔하니 두 시간으로 채워가는 것도 좋고. 아무튼 많이 웃고 유쾌히 박수 치고 나왔다. 퍼플 언니의 표현대로 제대로 게이 스쿨 뮤지컬 ㅎㅎ 보고 나면, 누구라도 사랑해야 할 것 같은 기분도 슬쩍 들고. 결말 부분에서 좀 쓸쓸한 기분도 들지만, 어쨌거나 '사랑으로 하는 모든 일은 누구도 해칠 수 없어!' :-)

공연 보는 즐거움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었달까. 그래, 이런 거였어. 기분 좋게 공연 보고 난 후, 말끔한 기분으로 박수 치고, 적당히 찬 밤바람 맞으며 공연장에서 걸어나오는 발걸음. 특정 배우에게 불필요하게 집중할 필요도 없고, 공연 끝나고 나서 괜히 공연장을 배회할 필요도 없고, 아... 이런 거였구나. 즐거워 즐거워. >_<

게다가 세종문화회관의 그 우월한 접근성이라니. 좀 일찍 퇴근해서 저녁 먹고, 걸어서 공연장에 당도하여, 아이스 초코 '세게' 마시며 여유를 부려도 된다니. 와... 완전 감격스럽더라. 평일에 공연을 보면서 이렇게 여유로울 수 있다는 사실이. 저녁 굶고 허겁지겁 공연 시작 직전에 간신히 당도해서 숨 몰아쉬며 공연 보던 LG아트센터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정말이지 이건 천국... 그런 이유에서라도 아무래도 나는 <자나, 돈트!> 최소 한 번은 더 보지 싶다. 

호영군은 정말 이쁘고 사랑스럽더라. 제 옷 입은 듯 그냥 딱 자나 그 자체. (홍은 평생 이런 역은 소화 못하겠지, 키키) < Someday You Might Love Me >에서 뽑아내는 고음에서는 꽤 감동도 받았다구. 


잠들기 전 요술봉에게 신데렐라 읽어주는 자나, 
아님 이성애가 손가락질 받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마법책을 뒤적이고 있는 중이었나. ;-)




"알잖아, 풋볼팀에 있는 건 체스팀에 있는 거랑 달라. 우린 너희처럼 섹스 심볼은 아니잖아."
"어우, 야! 우리가 꼭 섹스 심볼인 건 아냐."
"아니긴, 맞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