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11 강필석-김지우-정상훈, 김종욱 찾기, 예술마당
와, 나 이제 이런 것도 보는구나 싶은 마음으로 갔던 공연. 씨왓 때 정들었던 배우들 공연은 챙겨봐주어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아마 비씨 라운지 할인 챙겨서 갔을 거다.
김지현씨 캐스트로 알고 갔다가 김지우씨가 나와서 초반부터 당황했더랬다. 미안한 말이지만, 궁금하긴 해도 굳이 챙겨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던 배우라, 당황스럽긴 해도 이런 식으로 한 번 보게 되는 거 나쁘진 않구나 싶었다. 화면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마르고 훨씬 작고 훨씬 하얗고 이목구비도 훨씬 뚜렷해서 서양 마론 인형을 보는 기분이었다. 본인이 편하게 부를 수 있는 음역에서는 소리가 꽤 괜찮았는데, 음이 아주 조금만 높아질라치면 죄다 맥아리 없는 가성으로 흘리듯 처리해서 공연 내내 심히 거슬렸던 게 가장 큰 흠. 좀 못되게 말하자면, 너무 날로 먹으려 드는 거 아닌가 싶어서.
선입견인지 모르겠으나, 강필석씨는, 이런 발랄한 캐릭터에는 좀 안 어울리더라. 뭐랄까 이 분의 노래나 연기는 기교없는 정직함ㅡ잘못하면 그저 밋밋해질 수 있는ㅡ이 주조라 캐릭터가 잘 살아주어야 할 <김종욱 찾기>의 남주로는 아주 적합하지는 않다는 인상이었다. 게다가 문득문득 '어, 이 분이 노래를 이렇게 못했었나' 싶을 정도로 제대로 넘버를 소화하지 못하기도 하더라. 특히 가성 쓰는 법을 잘 모르시더라. 그래서 이러저러하게 좀 아쉬웠는데, 막상 배우 본인은 가볍게 즐기면서 연기했다고 하니, 뭐. ;-)
도무지 철모르는 운명관에다가, 인도철학을 전공했다면서 '나마스떼'도 모르는 여주인공의 캐릭터 하며, 사실 팔짱 끼고 다리 꼬고 삐딱하게 보게 되는 구석이 많아서, 공연장 나오면서는 '광호군이 한다고 하지 않는 이상 이 공연을 다시 볼 일은 없겠다' 싶었는데, 뮤지컬 넘버는 또 묘하게 캐치해서 종종 뮤지컬 OST 돌려 놓고 흥얼흥얼 따라부르게 된다. (오, 오, 오, 오, 오, 오, 오, 오, 오 ♬♪)
다 보고 나니, 주인공은 김종욱도 강필석도 김지우도 아니요, 바로 멀티맨이 아닌가 싶었는데, 스케줄이 맞지 않아 놓친 박정표씨의 멀티맨은 못내 아쉽다. (웃음)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자꾸 망각하게 되는 오래된 연인들이나, 내 옆에 있는 이 사람이 긴가 민가 싶은 막 시작하려는 연인들이 손 잡고 가서 보고 오면 괜찮을만한 작품. 그래서 만년 데이트용 뮤지컬로 꼽히는 거겠지만. :-) 뭐, 한번쯤 볼 만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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