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6/17(수) 20:00 삼총사, 엄기준-신성우-김법래-민영기-이정열-배해선-김소현, 충무아트홀
치정극 햄릿에 이어 발랄코믹 세계명작동화같은 삼총사. 고작 두 편밖에 보지 못했지만, 체코 뮤지컬의 트렌드란 이런 것인가 싶게 만들던;; 누군가의 말처럼 진정 '어른들의 학예회' 삘 나던 뮤지컬이었다. 사실 나는 어줍잖게 분위기 잡는 것보다는 이렇게 대놓고 오바하는 작품을 차라리 좋아하는 편이다.
문득 세나가 뮤지컬에 대해 했던 말 중에 너무 웃겨서 종종 곱씹어보는 구절이 생각났다. "뮤지컬은 아무리 생각해도 웃긴 것 같아, 오페라도 마찬가지지만 말로 할 수 있는 걸 노래로 한다는게. 내게 뮤지컬은 주책스럽다는 느낌이다. 모든 걸 억제하려는 기색은 없고 뿜어내려는 분출하려는 욕망뿐이야. 근데 그 주책스러움이 매력적이야..."
시대극이라 무대와 의상 보는 재미가 있었고, 신성우도 나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김소현은 조신한 공주보다는 약간 골때리는 귀여운 아가씨가 제격이더라.
여운 없이 한 번 딱 재밌게 보기 좋았던 명랑발랄코믹활극.
2009/6/29(월) 20:00 이소정, 쇼팽을 노래하다, 세종 M 씨어터
'음악'과 '노래'의 경계를 허물다. 오로지 피아노 연주와 보컬로만 채워내던 풍요로움. 세종 M 씨어터는 늘 공연 관람에 있어 높은 만족도를 선사. 자나 돈트 때부터 쭉 느껴왔지만, 천정에 붙어서 봐도 정말 좋더라.
2009/7/15(수) 19:30 바람에 오르다, KT 아트홀 2009/8/12(수) 19:30 바람에 오르다, KT 아트홀
Jazz and the City라는 표제, 천원의 행복이라는 부제로 매일매일 KT 아트홀에서 진행되는 재즈 공연. 연애시대 OST 참여로 유명한 진호가 보컬로 연주하는 여성 6인조 밴드 <바람에 오르다>는 매달 한 번씩 공연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지척이라 일정이 허락하는 한 매달 챙겨가려고 한다. 허스키함과 청아함이 공존하는 진호의 보컬이 놀라울 따름. 가을쯤 나올 예정이라는 앨범 기대 중.
2009/7/29(수) 20:00 로미오앤줄리엣, 임태경-박소연, 예술의 전당
프랑스 원작 매니아들이 워낙 많은 걸로 알고 있다. 부랴부랴 급조해서 올린 게 아니냐는 의혹과 얽혀 원작을 사랑했던 관객들의 국내 라이센스 공연에 대한 혹평이 만만찮았다. 기대치를 낮추고 갔기 때문인지, 재밌었다. 그토록 비판을 받고 있는 번역조차 그닥 거슬리지 않을 정도였으니. (어쩌면 잘 안 들려서 그랬을지도;)
프랑스 뮤지컬과는 인연이 없었던지, 처음으로 접한 프랑스 뮤지컬이었는데, 뮤지컬 형식이 다양해지고 있어서인지 노래와 무용의 파트를 구분하고 있는 점은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고 (바람의 나라도 그렇잖아?) 미묘하게 웃겼던 건 프랑스산이기 때문인지 뮤지컬 넘버를 모든 주조역 배우들에게 아주 공평하게 분배하더라는 점? 프랑스 3대 정신 중 하나인 égalité가 떠오르지 뭔가.
뮤지컬 넘버로 워낙 유명한 것처럼 몇몇 곡의 멜로디는 놀랍도록 강렬해서 한참 동안 흥얼흥얼하게 되더라. 셰익스피어의 원작이야 워낙 다양한 장르로 각색되어 왔으니 새로울 것은 없었고, 빠르게 정해진 길을 달려가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청과 적의 강렬한 대비를 보여주던 오프닝은 꽤 인상적이었고, 디스코텍을 방불케 하던 가면무도회장도 나름 신선하던걸 ㅎㅎ 비극에 어울리는 임태경의 노래는 여전히 좋았고, 처음 접한 박소연의 소리가 꽤 좋았다.
하지만, 류창우 신부의 악몽은 두고두고 잊지 못할거야. ㅠㅠ 원 멜로디를 도저히 가늠할 수조차 없게 하던 최악의 가창이었다. 덕분에 두 청춘 남녀의 싸늘한 주검이라는 비극적 엔딩을 앞에 두고 웃음을 겨우겨우 참느라고 쓰러질 지경이었음;;;
2009/8/16(일) 18:00 날 보러와요, 송새벽-최재웅-김재범, 더스테이지
영화 <살인의 추억>의 원작으로 유명한 <날 보러와요>. 말로만 듣고 무대에서 보는 건 처음이다. 세세한 내용은 기억나지 않아도 <살인의 추억>은 영화를 본 후 한참 동안, 어두운 밤길을 걷는 동안 자꾸 뒤를 돌아보게 하는 섬뜩함, 서늘함, 불쾌감이 있었다. <날 보러와요>는 그런 섬뜩함은 없었지만, 대신 화성연쇄살인사건이 사람들에게 남긴 상흔을 조명하는 데 집중하더라.
재밌게 봤고 배우들의 연기도 딱히 지적할 부분은 없었지만, 배우들이 아주 딱 맞는 옷을 입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고(특히 모 배우의 혀짧은 소리는 거슬리더라), 귀신(환영)이 갑자기 튀어나오는 식의 깜짝 놀래키기 수법을 통한 단순 공포 유발보다는 관극 후 자꾸 뒤가 신경 쓰이는 스멀스멀한 서늘함을 강조하는 연출을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faction이기에 그 의미가 더한 <날 보러와요>, 근데 대체 제목이 왜 <날 보러와요>인지는 아직도 생각 중이죠~ 김재범은 용의자 1로 나왔을 때, 못 알아볼 뻔 했다. 작품상으로는 용의자 3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핵심이겠지만, 용의자 1에서 단연 돋보이더만;;
+ 시간 순서대로 다 쓰려니까 고역. <바람의 나라>와 <하얀 앵두>는 다음 번 기록에 좀 더 차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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