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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빌

이상하고 신기한 풍경들, 2009/02/03

작년 12월호 <더 뮤지컬>의 에디토리얼을 읽고 나서, 
같이 읽으면 재밌겠다 싶었는데, 이제사 타이핑해서 올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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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의 대학>의 작가 미타니 코우키는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인터넷 매체 기자들이 노트북을 가지고 기자회견 내용을 바로바로 타이핑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 놀라워 했다고 한다. 일본의 문화부 기자들은 대부분 아직도 노트와 펜을 이용하는 고전적인 방법을 사용한다. 또 그는 기자들이 자신을 풀샷으로 촬영하는 것에 대해서도 왜 전신을 찍느냐며 궁금해 했다고 한다. 우리로서는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일들이 외지인의 눈에는 신기하고 이해되지 않았나보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을 처음 봤을 때 극 중에서 선녀가 지하철 승객들에게 '안녕하십네까' 하고 인사를 하는 장면에서 큰 충격을 받았다. 그저 인사를 했을 뿐인데 승객들은 선녀를 이상한 사람으로 쳐다본다. 이 장면은 지나치게 개인화되고 파편화된 현대의 도시인을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선녀의 인사가 거부당하면서 비로소 현대인들이 쌓고 있는 개개인들의 견고한 벽이 느껴졌다. 

그와 반대로 상식에서 벗어난 것들이 익숙해져서 이상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가 있다. 우석훈 교수는「88만원 세대」에서 추운 겨울날 백화점 앞에서 짧은 유니폼을 입은 젊은 여자가 '어서 오세요' 하고 인사하는 모습이 바로 우리 사회가 젊은 세대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극단적인 예라고 했다. 부끄럽게도 그 글을 읽기 전까지 나는 그것이 이상한 풍경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이미 이러한 풍경에 익숙해져버린 것이다. 

마치 처음 태어난 것처럼 아이의 눈으로 주위를 바라보면 참 이상한 풍경들이 많다. 수익을 내는 뮤지컬은 몇 편 되지 않는데 공연장을 구하기 힘들 정도로 계속 뮤지컬이 올라가는 것도 신기하고, 세 명이 넘는 배우가 한 배역에 캐스팅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다. 왜 공연 제작사에는 온통 여직원들뿐인지, 또 왜 그리 어린 친구들밖에 없는지도 이상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한 연령대가 해가 바뀌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왜 공연 관객들은 온통 젊은 여자 관객 일색인지, 왜 높은 티켓 가격을 책정해놓고 온갖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는지, 단기간에 만든 뮤지컬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왜 수년간 같은 방식을 되풀이하는지, 뮤지컬계만 해도 조금만 삐딱한 시선으로 보면 온통 수상한 것 투성이다. 

희곡을 읽다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대목들을 만나게 된다. 전체 맥락에서 살펴봐도 이 사람이 왜 이런 대사를 하는지 모를 때가 있다. 잘 만든 작품이라는 전제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그곳에 그 작품의 본질을 여는 열쇠가 있다. 

모든 문제들이 비슷한 것 같다. 상식적인 눈으로 보았을 때 이상하게 받아들여지는 것들 속에 문제의 핵심이 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상처를 익숙함이라는 단단한 굳은 살로 묻어버리기보다는 늘 비판적이고 이성적인 시선을 유지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따뜻한 호기심을 가진 아이의 시선처럼 마치 모든 것을 처음 본다는 마음으로. 

ㅡ더 뮤지컬 08.12월호, <더 뮤지컬>편집장 박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