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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빌

간략 공연 메모, 2009/01/07

제대로 된 감상을 풀어놓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렸다간, 공연에 대한 잔상이 아무 흔적도 없이 모두 다 사라질 것 같아 뭐라도 끄적여놔야겠다 싶어서 최대한 기억을 더듬어 일단 아주 간략하게라도 기록. 


08/12/20 홍광호-김소현-소냐, 지킬앤하이드, LG아트센터 

지난 17일의 감동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조금 긴장한 마음으로 공연장에 들어섰다. 지난 번 공연 때 꽤 안정적이던 지킬 대사 발성이 다시 위로 올라와서 조금 불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킬/하이드의 감정선은 계속해서 절박해지고 있더라. 광호군이 표현하는 지킬/하이드는 꽤나 절박하고 절절해서 연민을 느끼게 된다. 많은 관객들의 평처럼 가장 귀족적이지 않은 지킬이랄까.  

여전히 소현엠마와 꽤 그럴듯한 로맨스를 보여주더라. 첫공을 생각하면 정말이지 기대 이상의 발전;;; 소냐루시는 지난 번보다 훨씬 좋아졌다. 처음으로 서는 <지킬앤하이드> 무대가 아닌데도, 첫공은 누구에게나 긴장되는 모양. 여전히 외화 더빙 성우 같은 소냐의 대사 표현은 거슬리지만, 디테일하면서도 납득 가는 연기가 좋다. 

이 날의 <덴져러스 게임>은 손꼽히는 <덴져러스 게임>이었던 걸로 기억. 볼 때마다, 이 넘버의 안무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 넘버를 제대로 소화해내는 광호군이 감탄스러울 뿐이고. 

나를 굳어버리게 했던 지난 번 엔딩을 떠올리며, 오늘은 어떻게 표현해줄까 궁금했는데, 지난 번의 서늘한 웃음 대신 칼에 몸을 꽂아박았다가 빼는 순간, 휘청거리며 어터슨의 어깨를 토닥여주는 걸로 마무리하더라. '당신 탓이 아녜요, 존... 난 괜찮아요...' 라고 말하는 듯 해서 찡한 구석이 있지만, 난 막공까지 결코 17일과 같은 공연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케스트라 실수가 잦았다. 특히 관악기 주자들... 도대체 몇 번 공연했는데, 아마추어처럼 계속 실수를.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되는 부분까지 삑사리 내는데야... 관객들이 거슬려 하지 않을 정도로는 연습이 좀 되었으면 하는 바람. 



08/12/25 홍광호-임혜영-김선영, 지킬앤하이드, LG아트센터 

민지와 은진이와 함께한 크리스마스 공연. 커플들로 메워진 객석 분위기는 (부정적인 의미로) 장난이 아녔다. 박수도 없고, 반응도 없고, 그냥 데이트 코스로 공연장 찍으러 온 사람들인 것만 같았다. :-( 

공연은 나쁘지 않았다. 괜찮은 편이었다. 헌데, 17, 20일 공연에는 못 미치는 무난함이랄까. 광호군 노래야 말할 것도 없이 워낙 좋으니까 디폴트로 넘기고, 나는 이제 관극의 포인트를 광호군의 연기로 잡는데, 애끓고 폭발할 것 같은 지킬/하이드의 감정선이 이 날은 좀 약했더랬다. 

지난 번 완전 무감흥으로 봤던 공연도 홍지킬-임엠마 페어였는데, 이 페어로 볼 때마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 류정한씨와 공연하는 임엠마는 맹목적으로 지킬을 지지하는 귀여운 아가씨의 느낌이라 꽤 괜찮았는데, 광호군이랑은 어색해보인다. 아무리 <지킬앤하이드>가 남자주인공 하나에 기대어 가는 극일지라도 다른 배우들간의 케미스트리가 없으면, 채워지지 않는 빈 공간들이 자꾸 생기곤 한다. 

특기할 점은 레드렛에서 제대로 진상 떨던 앙상블 고객들. 객석의 반응이 시큰둥해서인지 오히려 자기들이 더 생난리치며 루시에게 열광하는데, 앙상블들 때문에 한참을 웃었다. 재밌었어. ㅎㅎ

역시 공연에선 배우와 관객들간의 케미스트리 역시 몹시 중요하다는 걸 느꼈던 날. 공연장의 공기, 객석의 분위기가 배우들의 연기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니까. 공연이라는 건 일견 배우들이 온전히 이루어내는 것 같아도 결국 배우와 관객이 주고 받는 대화가 아닐런지. 

이러한 공연에 대한 아쉬움에도 불구, 친구들과 함께 해서 더욱 즐거운 크리스마스였다. :-)



08/12/31 엄태리-박정표-이봉련-이상은, 빨래, 알과핵 소극장 

2008년의 마지막 날. 도무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으로 내내 울며 봤던 <빨래>를 다시 보러 갔다. 내년 4월에 연강홀에서 다시 올린다지만, 이번에 다시 보지 않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다시 보는 빨래는 첫번 관람만큼 통곡하고 싶어질 정도로 격한 감정으로 나를 몰고 가진 않았지만, 여전히 찡해서 울컥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슬픈 장면에서는 조금 덤덤해진 반면, 재밌는 장면에서는 더 많이 웃게 되더라. 신기하지. 낫심의 정문성씨는 여전히 미치도록 귀엽더라. 계속해서 웃음을 자아내는데야... <빨래>를 통해 이봉련과 정문성이라는 배우를 발견하게 되었달까. 

나는 지난 번 하지 못한 기립으로 이런 좋은 공연을 올려준 극본, 작곡, 연출가 및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아낌없는 감사인사를 전했는데, 그 마음이 잘 전달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막공이라 더블 캐스트 배우들까지 모두 나와 함께 무대 인사를 했고, 연출가들의 인삿말도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난 이 날 공연장에서 또 광호군과 마주쳤더랬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런 등장에 너무 당황한 나머지 또 꾸벅 인사하고 황급히 도망쳐와서는 은진이 붙잡고 두고두고 후회했는데, 사람들 말처럼 2008년도 마지막 날에 광호군을 볼 수 있어 즐거운 순간이기도 했지. 다음엔 또 어느 곳에서 우연히 만나게 될 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 하지만, 그 때도 또 하얗게 되어서 꾸벅, 후다닥... 이럴 것 같아서 걱정. ㅠㅠ



08/01/04 홍광호-임혜영-소냐, 지킬앤하이드, LG아트센터 

오랜만에 만나는 제인언니와 2009년의 첫 <지킬앤하이드>를 보러 갔다. 이 날의 공연은 꽤 좋은 편이었지만, 나를 광분 모드로 ㅊ달리게 해 줄 수준은 아니었는데 1~10의 범위로 보았을 때 7~8 정도는 쳐 줄 수 있는 괜찮은 공연이었던지라 깔끔한 느낌으로 기립박수치고 객석을 나섰다. 

그리고 아래는 이 날 공연을 보고 다른 곳에 그닥 순화되지 않은 언어로 마구 적어내려갔던, 꼭 이 날 공연에 대한 감상만은 아닌, 두서 없는 글. 아주 약간 수정해서 옮겨본다. 


단 한 번만 제 간청을, 단 한 번만 제게 기횔

늘 중간/왼쪽에서 보다가 오늘은 중간 구역에서 약간 오른쪽으로 치우친 자리에서 봤더니 지킬이 오른쪽을 향하고 있을 때의 표정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어. 스트라이드씨한테 예의를 차린 게 문제가 된다면 사과하겠다고 말할 때 빙글빙글 웃으면서 말하더라구 ㅋㅋ 그 이후 스트라이드씨 분노의 폭풍필기 신공 발휘 ㅋㅋㅋ 그래도 오늘 스트라이드씨 덜 깐죽대더라. 

제일 처음 홍지킬의 이사회씬을 봤을 땐 너무 조급하고 지나치게 절실하다는 인상이 들었어. 7년의 연구에 대한 임상실험을 허가해달라고 요청하는 자리이니 절실한 것이 사실이지만, 지킬이 조금 더 자신있는 태도로 조금 더 담담해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었거든. 헌데, 홍지킬 공연을 여러 번 보다보니 나중엔 그 지나친 절실함이 와닿더라고. 완전 절실하고, 또 완전 낙심한 지킬의 모습/눈빛에 어터슨씨 말처럼 내 마음이 아파지고. 20일날 공연 땐 정말 심하게 울먹거려서 저러다 펑펑 울겠구나 싶을 정도로 절실한 감정선이었는데 오늘의 이사회씬에서는, 오히려 좀 여유로워진걸까, 이미 거절 당할 것을 알고 준비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라.  

헌데 오늘 이사회씬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프룹스의 연기. <보세요, 지금 여러분 그 내면 속의 사악함 그 분노 폭력 파괴 혼돈 그러니....>라고 지킬이 노래하고 난 직후의 프룹스의 그 표정 연기... 감히 내 내면에 사악함, 분노, 폭력, 파괴, 혼돈이 있다고 말하다니 부들부들...하는 그 경멸 어린 표정 연기 일품이었음. 


그건 제 신념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약혼식 장면에서 엠마에게 가기 위해 지킬이 친구 2인 크리 거치고 덴버스경 크리에 걸렸을 때, 싱글싱글 웃으며 인사하다가도 <그래도 성 주드 병원에서의 회의 때보단 덜 초조했네>라고 덴버스경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안면 싹 바꾸고 광호 특유의 긴 눈으로 확 째려보면서 <그건 제 신념이라 어쩔 수 없었습니다>라고 하는 장면은 볼 때마다 인상적이기도 하고 당황스럽기도 한데, 광호가 표현하는 지킬은 속내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얼굴에 드러내는 사람이며, 자신의 연구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그래서 리터럴리 사교에는 서툰 사람이기 때문인 듯 해. 


임엠마와의 케미스트리 상승선 진입

홍지킬 첫공 봤을 때, 엠마 보면서 <사랑한다>는 말조차 똑바로 못하는 뻘쭘함 어쩔 거냐며 한탄했었는데, 지난 17일 공연을 계기로 김엠마와 절절한 로맨스를 표현하더니, 오... 오늘 공연에선 임엠마와도 절절해졌어. 임엠마랑 친해진 건가 싶을 정도. 홍-임 페어의 무감흥 때문에 이 커플 좀 기피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오늘 보니까 홍지킬의 임엠마에 대한 손키스가 제대로 끈적끈적/축축한 것이 이 커플의 케미스트리도 상승선 타고 있는 모양. 마지막에 덴버스경이랑 어터슨씨와 와서 홍지킬 불러낼 때도 헤어지기 싫어하는 게 진심 역력해서 순간 내가 다 질투가 날 지경이었음. ㅋㅋㅋ

재밌는 게, 약혼식에서의 엠마와의 케미스트리(Take Me As I Am)가 어떠냐에 따라 후반부 실험실에서의 엠마와의 장면(Once Upon A Dream)에 영향을 미치던데, 오늘 엠마가 실험실에 왔다가 떠났을 때 홍지킬 죽을 것처럼 힘들어하며 결국 무릎 꿇으며 무너지더라. 공연마다 이 장면에서 얼굴만 가리는 정도로 힘들어할 때도 있고, 오늘처럼 무릎 팍 꺾으며 철퍼덕 무너질 때도 있거든. 오늘 엠마와의 케미스트리가 꽤 좋았다는 얘기여요. ㅎㅎ 


No One Knows Who I Am

노래 취향에 따른 개인적 루시 선호도는 선영루시>>>>>>>>>>>>>>소냐루시>>>수정루시고, 연기 취향에 따른 개인적 루시 선호도는 소냐루시>>>>>>>>>>>>>>>>>>>수정루시>>>>>>선영루시인데, 역시 소냐루시 오늘 연기 좋았어. 사실 소냐루시는 대사 없을 때의 연기가 일품인데, < No One Knows Who I Am > 부르면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는 건 오로지 소냐 루시. 거울을 한참 들여다보며 공허하게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다가 보기 싫은 듯 거울을 확 가리며 내리는 연기하며... 소냐 루시는 관객에게 가장 설득력 있는 연기를 하는 것 같아. 

소냐 첫공 봤을 땐, 대사 치는 톤이 너무 과해서 듣기가 좀 불편했거든... 그 톤이 좀 완화된 다음 공연에서도 같이 본 친구는 외화 더빙 성우 톤 같다고 그랬는데, 정말 좀 그런 느낌이었지. 게다가 수정/선영루시에 비해 너무 마담삘이 나서 굉장히 당황스러웠었거든. 근데 과도하게 느껴지던 어조나 너무 심하게 느껴지던 마담삘이 좀 사그라들어서 오늘 소냐루시는 소녀처럼 귀엽더라. *_* 제일 처음 소냐루시를 봤을 때의 그 당황스러움을 생각해보면 이 언니도 여전히 발전 중인 듯. 오늘 볼터치도 제대로 발그레 해서 암튼 춈 귀여웠음. ㅎㅎ

그리고 < Bring On The Men >으로 넘어갈 때 옷 벗으면서 치마 툭 떨구는 소냐 연기가 난 참 좋더라. 선영루시는 다음 노래 시작할 때까지 그 치마 허리 풀면서 다리 계속 가리고 있거든... 그게 나한테는 연기의 일환으로 안 보이고, 몸을 드러내기가 부끄러워서 가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소냐루시는 맨살, 맨다리, 몸매 드러내는 거 신경쓰지 않고 치마 풀자마자 일부러 툭 떨구며 행동에 악센트를 주는 느낌이라 좋아. 그러면서, 속에 입고 있던 공연용 의상과의 대비를 확 이끌어내는 면도 있고. 

그 외에도 소냐루시의 디테일한 연기 참 좋음. 지킬한테 명함 받고 나서의 태도랑, 기네비어에게 절대 지지 않는 막강 포스랑, 지킬한테 찾아와서 치료 받는 장면에서 지킬의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라는 말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친절하고 상냥한 지킬이 마냥 좋다는 표정 연기랑, 편지 들고 온 어터슨씨에게 지킬이 왜 오지 않은 건지 씩씩하게 따지는 연기나, 하이드한테 살해 당할 때도 가차없이 억...억...해가며 리얼하게 죽는 연기 등등 좋아요.... 아주 좋아요.... 


지금 이 순간 

레드렛에서의 자신의 모습에 대한 자책감, 자기도 별 수 없는 위선적인 인간이라는 것에 대한 깨달음... 결국 자기 자신으로 실험 대상으로 택하는 순간... 나는 여전히 지나치게 프로그래밍된 듯한 홍지킬의 몸 동작이 춈 거슬리지만 (이 장면이 너무 퍼포먼스화되는 게 싫거든) 그래도 역시 홍지킬의 대표 넘버지. 오늘 함께 공연 보러 간 동행은 이 넘버에서 잠이 확 깨셨다고. :-)

근데 <지금 이 순간 마법처럼~>하면서 서재 무대가 실험실 무대로 전환되는 순간, 나 넘 좋아. 정말 마법같잖아. ㅎㅎ 여전히 실험실 선반에 놓인 해골은 좀 웃깁니다 ㅎㅎ 해골 쓸쓸해 보여~ ㅋㅋㅋㅋ 그리고 여전히 홍지킬은 <지금 이 순간> 실험실 장면에서 제일 행복해보여. 시험관 들고 눈 반짝반짝 해가며~ 


그의 꿈은 허상이야

아, 나 덴버스경 목소리 넘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
첫공을 이석씨로 보고 나서 김봉환씨로 다시 뵈었을 땐, 두 분 목소리 느낌이 달라서 춈 당황스럽기도 하고 좀 더 푸근한 느낌이었던 이석씨 목소리가 그립기도 했는데, 난 이제 김봉환 샘의 노예임 ㄲㄲㄲㄲㄲ 목소리 넘 좋으심다 ㅠㅠ 이 분 목소리로 <그의 꿈은 허상이야!> 하실 땐 너무 강렬해서 막 슬퍼... 여전히 지킬을 믿어주는 엠마에게 지킬은 '왜 내 이름은 도대체 엠마가 아니란 말인가! 대체 왜!' 한탄하게 만드는 <엠마~엠마~엠마~>를 날려줍니다 ㅠㅠㅠㅠㅠㅠㅠㅠ 암튼 개념 4중창. 오늘도 임엠마는 좀 묻혔지만;;;;


정말 덴져뤄스했던 덴져뤄스 게임 

와..... 나 오늘 앙상블한테 눈길 한 번 못 돌렸다 ㄲㄲㄲㄲㄲㄲ 그만큼 루시와 하이드의 덴져러스 게임이 압도적이었어. 

사실 덴져러스 게임 넘버 시작하기 전부터 나는 깜놀 모드였는데, 하이드가 루시에게 <난 잠시 떠나 있어야 해. 친구와 작은 충돌이 있어서 말이지. 왜? 떠난다니 기쁜가?> 라고 대사치는 장면에서 이미 하이드가 루시를 위험하게 더듬더만;;;; 보통 배까지만 더듬는 것 같았는데 오늘 가슴까지 제대로 터치해서, <덴져러스 게임> 시작 전부터 나를 놀라게 함. @_@

위에도 말했듯이 소냐의 마담삘이 많이 사그라들어서 홍하이드-소냐루시의 <덴져러스 게임> 균형이 더 제대로더라. 천하의 소냐루시가 오늘 홍하이드한테 제대로 발려버리는 그런 모드였어. 짝짝짝. 내가 n번의 공연 관람 중에서 앙상블에게조차 눈돌리지 못했던 건 이번이 첫공 이후 처음이었네효. 보통 앙상블 보면서 좀 웃어줘야하는데 ㅋㅋㅋ

근데, 나는 <난 잠시 떠나 있어야 해>라고 루시에게 알리는 하이드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보게 되는데, (결과적으로는 하이드가 뭐 그리 잠시 떠나 있는 것 같진 않지만) 저 말을 하러 루시에게 왔을 때의 '지킬과 하이드의 관계'에 생각이 미쳐서 말이야.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이드에 대한 썰을 좀 길게 풀게 될 때 적어볼까 해... 아, 하이드는... 특히 홍하이드는 정말 내 마음을 아프게 하거든...


넘버별 간략 코멘트

< The Way Back >
사실 난, 광호의 <지금 이 순간>보다 <나의 길을 가겠어>에서 더 감동 받아... 오늘도 닥찬! ㅠㅠ

< A New Life >
다시는 지킬을 못 본다는데, 별 설명도 없이 오늘 당장 런던을 떠나라는데, 돈이랑 편지 받고 좋아라 <시작해 새 인생> 부르는 루시는 참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뭐 이게 루시 잘못이냐 프랭크 와일드혼이랑 레슬리 브리쿠스 잘못이지 췟 ㅋㅋㅋ), 오늘의 소냐루시는 그냥 이 노래만으로 빈 공간을 설득력 있게 채워줘서 감동 받았어...

< Confrontation >
오늘 컨프론테이션 좀 힘겨워보이긴 했지만, 난 좋았음. 아마도 <지킬앤하이드>에서 가장 소화해내기 힘든 넘버겠지? 동시에 가장 매력적인 넘버기도 하고. 무대효과라고는 오로지 조명 하나에 기대어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넘버... 오늘도 역시 홍지킬은 루시의 죽음에 절규하며, 간신히 컨프론테이션하러 튀어나왔어요... 루시의 죽음에 절규하는 홍지킬 ㅠㅠㅠㅠㅠㅠ

아, 근데 이건 오른편에 앉은 덕에 오늘 처음 본 건데, <난 아무데도 안 가요>라고 말하는 루시에게 홍하이드가 다가가면서 옷가지를 챙겨넣은 가방 속을 '확인'하더라. 중간 또는 왼편에서 봤을 땐 그냥 침대에 올라갈 자리를 마련하느라 가방을 들어서 옮기는 것처럼 보였는데, 오늘 보니까 가방 속에 들어 있는 옷을 들추어 살피고 난 후 가방을 옮기는 거였어. *_* 나름 디테일해 ㅋㅋㅋㅋ


엔딩, 그리고 두서없이 긴 글을 주섬주섬 정리하며...

난 12월 17일 공연의 홍지킬/하이드의 안도, 해방감, 자조, 경멸이 뒤섞인 그 서늘한 웃음을 본 이후론 그 어떤 엔딩에도 만족할 수가 없어. 엔딩씬에서 그런 광호의 표정은 그 전에도 후에도 본 적이 없어서... 마음이 찡하게 아프고 소름이 돋아서, 잠시간 박수조차 칠 수 없었던 유일하게 감동이라는 걸 받은 엔딩씬이었거든. 그 이후 홍지킬/하이드는 어터슨 어깨를 토닥토닥하며, '당신 탓이 아녜요' 모드로 죽긴 하는데... 이 쪽도 좀 찡한 면이 있긴 하지만, 난 17일 공연의 그 느낌을 다시 느껴보고 싶어. 

이제 약 두 달 남은 이 공연에서 광호가 다시 그런 연기를 보여줄 지, 다시 그런 공연을 보여줄지... 오늘의 공연은 클린하긴 했지만 루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어서 정줄을 떨어뜨릴 정도로 흥분하진 못했지만, 난 또 기대감을 안고 엘지로 달려가겠지.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배우를 지켜보는 재미가 이런 건가봐. 부디 다음 공연 땐 날 ㅊ달리게 해주길!

p.s.

# 광호는 연기할 때 상체 굽신굽신 숙이는 버릇 좀 어떻게 해야 할 듯 ㅠㅠ 이런 행동 때문에 지킬이 더 귀족같아 보이질 않아. 좀 더 꼿꼿하게 허리 딱 펴고 연기해도 좋을 것 같은 대목에서 자꾸 상체를 까딱까딱 굽혀서 좀 거슬리는 장면들이 있음. 그게 본인의 해석이라면 내가 또 뭐라 할 수 없겠지만 ㅠㅠ 

# 여전히 루시의 방에서의 하이드는 상처 받은 짐승.... ㅠㅠ 아, 홍하이드 어쩔거냐며.... 근데 오늘 그 '새끼' 안했어 ㅠㅠ



그리고 누가 뭐래도 이 날의 수확은, 광호군과의 마스크 커플샷. 
마스크 쓰고 갔는데 마침 광호군도 마스크 쓰고 나왔더라.
유쾌한 사진이 될 것 같아서 같이 찍자고 나름 용기내어 부탁해보았다.  
나는 좋다고, 눈이 안 보일 정도로 웃고 있는데 마스크에 가린 광호군 표정이 금세 읽히질 않네. :-)

comment [10]
coolcat
090107  del
와앗, 제대로 커플 사진인걸요! 부럽^^
소리
090107  del
coolcat/ 으하핫, 쿨캣님 왜 거짓말하세요! 하나도 안 부러우시자나요! 쿨캣님은 나중에 TK님과 꼭 사진 찍으셔요! :-) 그나저나, 잘 지내시죠?
이은진
090107  del
광호군도 웃고 있는거야! 웃고 있는거야!!!! 주문걸고 있음!! 히힛~
090107  del
광호씨...눈 만 보니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인다. 
잘나왔어!
090107  del
2월 8일 공연 선영루시지? 이 글 읽으니까 소냐루시랑 하는거 더 보고 싶어지잖아 ㅠ_ㅠ
소리
090107  del
은진/ 왤케 절박해 ㅋㅋ 

민지/ 광호씨는 전체로 봐도 좀 어려보이는 인상이긴 하지. ^^ 나 은진이랑 3일에 홍김소냐 조합으로 3층 꼭대기에 붙어서 보려고 하는데, 너도 조인할래? 비씨카드 할인으로 2만원에 본다. 근데 천정에 붙어서 그냥 노래만 들어야 함. 오페라 글라스 대여하려구. 근데 소냐가 연기가 좋긴 하지만, 노래쪽은 김선영씨 좋아. >_< 소냐 노래가 절대 못한 건 아닌데, 난 노래는 김선영씨쪽이 좋더라구. 근데 너 애초에 3일 안 되어서 8일 택한 거 아니었수? @_@
090107  del
응 3일에는 일정이 있네. 난 그냥 8일만 보고 말란다
coolcat
090108  del
소리/ TK 는 마이 약하지 말임돠... 저도 그 분도 불타오를 나이가 아니어서...(쿨럭!)
소리
090108  del
민지/ 응~ 

coolcat/ 활활 타서 한줌 재가 되겠어요! ㅠㅠ (사실 이미 재가 되어버린 기분...)
090108  del
어머나어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