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머리맡의 책

한강, 어깨뼈, 2004/06/06

언제 읽어도 
마음이 저릿해지는 건지 몰캉해지는 건지, 
그러니까... 읽던 책을 그대로 엎어두고는 
잠시 내가 속한 공간이 아닌 다른 어딘가로 멀리 시선을 두게 되는 그런 이야기,
나도 모르게 마음 속에 사라락 펼쳐지는 장면을 옮겨보았다.


사람의 몸에서 
가장 정신적인 곳이 어디냐고 누군가 물은 적이 있지. 
그때 나는 어깨라고 대답했어. 쓸쓸한 사람은 어깨만 보면 알 수 있잖아. 
긴장하면 딱딱하게 굳고 두려우면 움츠러들고 당당할 때면 활짝 넓어지는 게 어깨지.

당신을 만나기 전, 
목덜미와 어깨 사이가 쪼개질 듯 저려올 때면, 
내 손으로 그 자리를 짚어 주무르면서 생각하곤 했어. 
이 손이 햇빛이었으면, 나직한 오월의 바람 소리였으면.

처음으로 당신과 나란히 포도(鋪道)를 걸을 때였지. 
길이 갑자기 좁아져서 우리 상반신이 바싹 가벼워졌지. 

기억나? 
당신의 마른 어깨와 내 마른 어깨가 부딪친 순간. 
외로운 흰 뼈들이 달그랑, 먼 풍경(風磬) 소리를 낸 그 순간.


그래, 좀 더 적절한 단어가 떠올랐다. 
아 득 해 지 는 기분. 


p.s.
<어깨뼈>도 좋지만, 
아홉개의 이야기 중 <목소리>도 참 좋아(해)요.

'머리맡의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Her Little Bookroom, 2005/02/09  (2) 2014.07.13
진 웹스터, 키다리 아저씨  (0) 2014.07.13
2007/01/15  (0) 2014.07.12
피천득, 오월  (0) 2014.07.12
벽지, 2007/07/14  (0) 2014.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