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크푸르트 벼룩시장 포스팅에 사진만 끼워두고 비워둔 주제에 새로운 포스팅이다. 어쩔 수 없다. 보상받지 못해 구천을 떠도는 나의 식욕에 대한 망무기굿이려니.
또 돈부리에 갔었다. 이번엔 새우튀김이 함께 올라가는 믹스가츠동과 스페셜동. 이 집의 대표선수인 가츠동은 더 이상 처음 먹었을 때처럼 센세이셔널하진 않지만, 입에 착착 달라붙는 소스와 톡 깨서 얹은 날달걀이 무척 고소하다. 가츠동이 이렇게 맛있으니 가츠나베도 맛있지 않을까 싶지만, 이 곳에서 덮밥을 시키지 않는 건 어쩐지 죄악같아. 생가리비, 연어, 문어, 새우가 골고루 얹어나오는 스페셜동도 좋다. 특히 달콤한 생가리비가 너무 맛있어서, 생가리비만 한 접시 쌓아두고 먹고 싶다. 기린 맥주 한 병 나눠 따르고 말도 없이 묵묵히 먹는다.
시은언니의 손에 이끌려 간 Muy Bien. 갈 때마다 편안하고 마음 따뜻해진다는 언니 말이 고스란히 납득이 가는 곳이었다. 말차 가또 오 쇼콜라와 샹그리아와 스파클링 와인을 시켜두고 기다리는 시간. 담백하고 믿음직스러운 말차 케이크에 얹혀 나온 촘촘한 휘핑크림과 살짝 얼린 새콤한 포도와 산딸기 가니쉬가 몹시 사랑스러웠다. 샹그리아도 좋았지만, 아... 남아공 스파클링 와인 Bernini에 홀딱 반했다. 여름밤에 제대로 어울리던 프루티한 스파클링 와인. 롯데에서 수입하는 걸 보니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마트에서 판매하지 싶은데, 대량 구매해서 냉장고에 비축해두고 여름을 보내고 싶어라. 무이 비엔에서 내어준 것처럼 갸름하고 날씬한 플루트에 따라마시면 분위기 나겠지만, 그냥 병째 홀짝홀짝해도 좋겠던데. :-)
정말 오랜만에 찾은 이대 앞 기로스. 손님을 맞는 낯선 얼굴에 주인이 바뀌었나 싶었지만, 이 곳이 아직까지 건재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가웁던. 양이 많을 것 같아 잠시 고민하다 2인 세트로 주문해서, 수블라키, 기로스, 스파나코 피타, 샐러드를 몽땅 먹어버렸다. 그릭 샐러드에 페타 치즈 한 조각 없는 건 너무 심하지 않나 싶더라만, 피타 브레드도 맛있고 스파나코 피타에 찍어먹는 꿀이 들어간 짜지키 소스가 어찌나 맛있던지!
점심에 이렇게 잔뜩 먹고는 저녁 공연 전 예술의 전당 근처 The Bar에 샌드위치 먹으러 갔다가, 봉골레 냄새가 너무 좋아서 봉골레 하나 시켜 둘이 나눠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만들기도 쉽고 내용물도 간단한 봉골레는 대체 왜 이렇게 맛있는 건지! 조개살이 더 실했으면 좋았을테고, 마늘도 더 듬뿍 넣어줬으면 싶었지만, 꼬들꼬들 알 덴테에 기본에 충실한 이 집 봉골레 꽤 맛좋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매드 포 갈릭의 국물 자작한 퓨전 스타일 봉골레도 맛있지만, 지극히 기본적인 봉골레가 좋다. 아, 쓰다 보니 또 먹고 싶네. 조만간 조개 사다가 해먹을까. 하지만, 바쁘고 귀찮다는 이유로 한동안 요리를 끊은 부엌인지라 봉골레 파스타 만들려면 조개뿐 아니라 페페론치노랑 화이트 와인까지 사야 한다는 거. 아무래도 대대적으로 장을 보긴 해야 할 모양인가보다.
아니, 먹은 거 얘기가 아니라 먹고 싶은 거 얘기하려고 시작한 포스팅인데 아직 시작도 못했건만 점점 배가 고파져서 더 이상은 안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1부로 마감하고 조만간 2부로 먹고 싶은 음식 얘기 왕창 적어야지. 아, 지금 이 순간에는 몹시 맛있는 떡볶이와 하겐다즈 럼레이즌이 먹고 싶구나. 도대체 럼레이즌 노래는 몇 달을 부르는데 아직도 못 먹었을까...왜 하겐다즈 매장에선 그토록 맛있는 럼레이즌을 빼버리는 걸까.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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