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8/11/16 홍광호-김소현-김수정, 지킬앤하이드, LG아트센터
오늘 문유님과 광호군의 첫공(프리뷰 제외)을 보고 왔슴다. 자세한 후기는 나중에 올려볼까 싶지만, (사실 뭐 자세할 것이 그리 많지 않음;;;) '앞머리의 중요성', '지킬(하이드 말고)의 중요성' 등을 재삼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구요. 커튼콜까지 이르자 이 극의 핵심은 어쩐지 양 옆구리에 엠마와 루시를 한 팔씩 끼고 해피해피한 지킬/하이드가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일단은 광호군의 비주얼에 빨리 적응해야 할 필요가 있겠구. ㅠㅠ 연기 쫌 느는 지 제가 체크하면서 내년 쯤에 단체 관람하여요~ 하지만 몇 달만에 늘 수 있는 연기가 아니라는 암울함이... 앞을 가리는 듯도. 헌데, 광호군의 연기도 연기지만은, 기본적으로 이 뮤지컬 극 자체에 대해 생기는 아쉬움도 있었슴다.
오늘 성대하게 생일 축하해주신 문유님, 넘 감사하구요. ㅠㅠ 바쁘신 가운데 종종 뵐 수 있기를요~ 오늘의 은혜는 제가 여러 번 나눠 갚을게요. 일단, 출장 애플파이 베이킹 콜입니다~ ㅎㅎ
아, 그리고 아까 써보라고 권해주셨던 그 아름다운 프로덕트!!!! 의 브랜드와 제품명을 안 얻어왔네요. 알려주세요~ 아까 얼핏 말씀드린대로 로즈워시도 문유님 추천 받은 이후 제 삶에 없어선 안 되는 필수 아이템이 되었사와요.
지킬앤하이드 관람에 대해선 제가 저 위에 김 빼는 소리만 했지만, 제가 좋아하는 배우라 그런지 꼭 저까지 발가벗겨져 무대에 올라있는 기묘한 착각이 들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 더 가차없는지도 모릅니다. 어쨌거나, 상세 후기는 시간이 허락할 때 늘어놓아보겠슴다.
# 08/11/19 류정한-임혜영-김선영, 지킬앤하이드, LG아트센터
류정한 캐스트로 지킬앤하이드를 보고 온 소감은, 놀랍게도........
광호군이 몹시 굉장히 다시 보고 싶어졌어요! ;-)
오늘 공연은 꽤 좋았어요. 만족스러운 공연이었구요. 류정한/임혜영/김선영 캐스트였는데, 임혜영을 제외하곤 지킬앤하이드 무대에 여러 번 서보았던 관록있는 배우들이다보니 역시 굉장히 노련하고 안정적이더군요.
류정한의 지킬이 꽤 괜찮았어요. 전 이 분 무대에선 처음이라 이 분의 루틴함이라던가 매너리즘이 뭔지는 잘 모르겠는데, 오늘 처음 본 소감으로는 굉장히 노련하게 완급 조절하면서 잘 하신다는 느낌. 하긴 세 번째 서는 무대에서 그거 못하면 그게 욕 먹을 일입니다만은... 반면 하이드 쪽에선 좀 더 막 나가줬어도 될 것 같았는데, 싶은 아쉬움도 좀 있었구요. 무엇보다 비주얼의 압박은 정말 훨 덜하더라구요;;;; 노래 부를 때 말고 대사할 때의 발성도 안정적이라 좋았구요. (광호군 지킬 대사치는 건 정말 맘 힘들었는데)
임혜영은 역시 다른 배우들에 비해서 성량은 많이 떨어지던데, 얼굴은 조막만해서 어찌나 고운 규수집 아가씨같던지... 노래는 김소현 쪽이 월등하다는 감상이지만, 전 이 어린 엠마가 와닿더라구요. 김소현 엠마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모성이 강조된 느낌이라면, 임혜영의 엠마는 어려서 더 당차고 맹목적인 느낌이 살아있어서 오히려 이해가 된달까요.
김선영 루시... 아, 노래 정말 좋았어요. 1막의 루시 넘버에 너무나 감동해서 어떤 대목에선 약간 울컥하기까지 했답니다. 전 2막의 < A New Life >는 지난 번 문유님께 말씀드렸던 이유로 몰입이 안 돼요. 참 좋아하는 노래인데, 극속의 감정선으로는 따라가기가 어려워서. 김선영씨는 연기를 '안' 하셔서;;;; 아쉬운데, 노래만큼은 정말이지 시원하게 쭉쭉 뽑아주는데, 듣는 사람이 (가수/배우가 실수할까봐 등등의 이유로)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되는 그런 노래를 듣고 있자니 나도 저 무대로 당장 뛰어올라 저렇게 불러제낄 수 있을 것 같은 망상을 무한히 심어주시더라구요. 어쨌거나, 오늘의 김선영씨는 노래가 넘 좋았어서 언니!!!! 싶었습니다. 다만, 여전히 연기는 좀 안 하시더라구요...
오늘은 관극의 마음이 너무나 편안했고, 그래서 훨씬 즐기며 볼 수 있었고, 그러다보니 지난 번엔 수두룩하게 놓쳤던 장면/배경들을 발견하고, 저런 게 있었구나 놀라기도 했답니다. 류정한의 안정적인 연기 때문이었는지, 한 번 봐서 적응이 되었기 때문인지, 지난 번엔 빈틈이 많아보이던 이 듬성듬성한 이야기가 오늘은 꽤나 응집성 있게 완성이 되더라구요.
하지만, 이런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공연을 보고, 기립도 하고(근데 제가 앉은 구역에선 왜 저만 하냐며;;;;--그러고보니 이런 평일 공연이 거의 만석이라니 좀 놀라웠는데 오히려 객석 반응은 지난 번 광호군 때보다 덜하던걸요.), 커튼콜에서의 마지막 머리 풀어헤치는 하이드의 깜찍 모션까지 보고, 객석에 불이 들어오는 바로 그 순간......
광호군이 몹시, 굉장히, 사무치게 보고 싶어지더라는 것이죠.
이건 제 동행도 같은 의견이었는데, 워낙 노련하고 안정적인 류배우를 보고나니, 아직은 서투르고 조급한 듯 해도 날 것 같은 느낌이 살아있는 광호군이 막 그리워지는 거예요. 두 번 보고 나니, 이제는 그 큰바위얼굴 비주얼과 지킬 연기도 다 받아들일 준비가 되면서!!!! 게다가 이번 트리플 캐스트 중 그 누구도 광호군의 하이드엔 필적하기 어렵겠다는 생각마저 들더군요. 광호군의 그 짐승스런 하이드가... 꽤 무시무시했었다는 생각이 이제사 들더라는 거죠. 지난 번엔 아주 조금 웃을 뻔 했던 < It's A Dangerous Game >이 얼마나 좋았던 건지도 깨달았구요. 그리고 광호군과 김수정 루시의 케미스트리도 꽤나 좋았구나 싶구요. 오늘 공연은 그런 찌릿찌릿한 배우간 케미스트리는 느껴지지 않았어요. 그냥 호흡이 잘 맞는단 느낌은 들었지만.
네, 발동이 제대로 걸린 겁니다.....
출장 다녀와서 볼 생각으로 미리 예매해둔 다음 번 광호군 공연이 너무나 너무나 기대가 되는 오늘입니다~ (내일 따윈 오지 않았음 좋겠어요 ㅠㅠ 쌓인 일만 생각하면 호러영화가 따로 없... 으헝헝)
# 08/11/29 홍광호-김소현-김선영, 지킬앤하이드, LG아트센터
1. 오오- 이게 웬일. 광호군의 머리가 그렇게 커보이지 않았어요. 전혀 거슬리지 않을 수준이었답니다. 조금 뒤에(13열) 앉아서 봐서 그랬나봐요. 제 warning에 각오 단단히 하고 웃을 준비까지 하고 왔던 동행도 비주얼에 전혀 구애받지 않았답니다. 이번엔 정말 편안한 마음으로 관극할 수 있었답니다. ;-)
2. 지난 번보다 편안해진 듯 하긴 하지만, 그래도 연기는 아직 루틴한 편... 대사 치는 발성마저 크게 달라진 것 같지 않은데, 첫번 관람으로 제가 익숙해져서인지 광호군 연기가 나아져서인지, 어쨌거나 이번엔 연기 자체도 아주 크게 거슬린다는 느낌은 아니었답니다. 나쁘지 않았어요. 다중인격 하이드 연기는 훌륭하기까지 하구요. 이미 저는 객관성을 잃었으므로, 제 말을 무조건 신뢰하시면 안되겠지만요. ^^
3. <지금 이 순간>은 여전히 너무 '쇼'하듯이 많이 움직이면서 불러서 커피를 끓이러 가고 싶은 마음이 들긴 하는데;;; 이것도 두번째 봐서 그런 건지 아주 심하게 거슬리진 않더라구요;;;; 뭐, 동작이 너무 쇼하는 것 같아서 그렇지 노래야 죽여줍니다. 오케스트라 속도도 지난 번보다 좀 더 느려져서 들을만해졌어요. 역시 제일 큰 박수를 받는 넘버입니다. 그 전까지는 박수소리는 커도 함성은 없는데, 이 넘버에선 막 함성이 쏟아져요...
4. 일견 쑥맥같은 홍군에게서 뿜어져나오는 섹시&에로틱 포스의 비밀은 대체 무엇인지! 지난 번 수정 루시와의 케미스트리만은 못했지만, 김선영과 마저도 류정한쪽보다 더 농염한 느낌을 내더라구요. 쑥맥같은 느낌 때문에 반동이 더 심한 건지도 모르겠는데, 암튼 이 청년의 섹시 포스 넘 신기함!(객관성을 잃어서인지도, 하하-) 3차 공연 땐 거의 소냐와 짝이던데, 소냐와의 케미는 어떨지 궁금함다.
5. < Confrontation >이 좋아졌어요! 지난 번엔 좀 벅차하는 것 같았는데, 이번엔 많이 안정이 된 듯 하더라구요. 지킬의 미성을 잘 살린다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6. 로비에서 동행을 기다리다가 홍군의 아버님을 뵈었슴다. 뭔가 굉장히 익숙한 인상이라 아는 분인지 잠시 쳐다보다가 홍군의 아버지임을 깨닫고, 그런 걸 알아보는 자신이 잠시 미워졌슴다;;; (아, 이 날 공연 끝나고 친구들과 신사동에서 저녁 먹고 차 마시다가 옆테이블에 원더걸스 소희가 앉아 있었던 걸 뒤늦게 발견하기도. 30대를 목전에 앞둔 불안정한 20대의 고달픔에 대해 친구들과 얘기하고 있는데, 그쪽 테이블에선 20대 진입을 한참 앞둔 10대의 소회를 나누고 있는 듯 해서 잠시 위화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만 ㅠㅠ)
7. 그리하여, 홍군의 공연 관람은 이제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보셔도 되겠어요. ㅋㅋ 물론 조승우같은 무대 장악력은 없더라도 그 노래만으로도 표값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랍니다. 1월에 보실 거면, 내일 모레(12/2 오전 10시) 오픈 예정인 3차 티켓 전쟁에 참전해야 하구요. 2월에 마지막 4차 공연을 보시려면 조금 더 기다리셔도 좋을 듯 합니다.
# 08/12/04 양준모-김아선, 라스트 파이브 이어즈, 충무아트홀
전 <라파이>는 OST로만 접했다가 공연은 처음 본 건데, 우리말로 부르는 <라파이> 넘버는 생각보다 훨씬 리얼하더구만요. 영어로 듣는 Still Hurting과 한국어로 듣는 Still Hurting (우리말로는 제목을 어떻게 번역했는지 모르겠어요)은 같은 노래되 같은 노래처럼 들리지가 않았어요.
사랑과 결혼, 그리고 이혼에 대한 세밀하면서도 격렬한 감정을 관객에게 고스란히 표현하고 전달할 수 있는 건 소극장 공연이 지닌 강점이겠지만, 한편 그렇게나 작은 공간에서 감정 연기를 하고/관람하는 게 배우에게나 관객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첫 곡의 캐시는 살짝 부담스럽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두세번째 곡에선 저까지 넘 울컥해서 눈물날 뻔한 몇몇 순간들이 있었죠. 왜 이렇게 이입이 잘 되던지...) 단백질 인형처럼 굳은 표정의 캐시가 과거로 돌아가면서 점점 귀엽고 예뻐지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김아선씨 왤케 귀여우신가요... 고우면서도 야무지고 찰진 노래, 전 좋더라구요. 이 분의 <미스 사이공>도 꽤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저번에 홍이랑 같이 노래한 건 확실히 김보경씨가 맞구요. ^^ 특히 <오하이오의 여름> 넘 신나요. 원래 이런 풍의 노래를 좋아하긴 하는데, 능청스런 연기를 선보이며 이 노래 부르는 김아선씨 넘 반짝반짝... 김아선씨는 무대에서 처음 뵙는데, 제 호감그룹에 등록되었습니다. 가끔 '너무' 곱다 싶은 느낌도 좀 있지만, 캐시역에 무척 잘 어울렸어요.
<씨왓...>에서의 회계사 연기 볼 때마다 참 신이 났는데, (다른 장면은 이미 여러 번 봐서 다 알고 있으니 막 웃게 되진 않는데, 회계사씬에선 늘 새롭게 웃을 수 있었거든요.) 양준모씨는 이런 즐겁고 신나는 연기의 달인인 듯요. 정말로 정말로 즐거워하고 있다는 게 전해져서 보고 있으면 저까지 막 즐거워지고 웃게 되는 그런 연기를 하더라구요. 심각한 인상이긴 한데, 심각한 연기할 때보다 이런 발랄한 연기할 때 제대로 살아나는 것 같아요. 나이에 비해 노안인 편인데도, 스물세살의 제이미 연기가 몹시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계속 킥킥대고... 헌데, 양준모씨 고음을 좋아라 하고 노래도 참 잘한다 생각하는데, 그의 목소리가 <라파이>의 제이미 넘버들과 아주 썩 어울리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물론 노래는 잘합니다. 근데 너무 땀 뚝뚝 흘리면서 부르니까, 좀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요. 어쨌거나 이 청년도 계속 챙겨보게 되는 그런 배우네요, 제겐. ^^
게다가 캐시와 제이미의 유일한(마지막 넘버의 살짝 듀엣을 제하면) 듀엣곡 The Next Ten Minutes도 참... 좋더라구요. 나도 한 번 불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노래들이 많았어요. 물론 한 번 따라불러봤다가, 이 뮤지컬 넘버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걸 체감했지만요. ㅎㅎ <라파이>에서 가장 빛나는 건 역시 주옥같은 넘버들인 것 같아요. 제가 다시 이 공연을 보러 가게 된다면, 그 노래들을 듣고 싶어서 일거예요.
하지만, 그 심란하기 그지 없는 엔딩이라니... 하나는 사랑을 노래하고 하나는 이별을 노래하는 그 심란하기 그지 없는 엔딩의 타격을 곱씹.................어보기도 전에, 홍광호군이 그 공연을 봤다는 사실에 너무 흥분해 공연의 잔상은 깡그리 잊긴 했지만. ㅋㅋ 어쨌거나, 그 결말이 너무 가혹해서 '여운'이라기보단 그야말로 '타격' 같은 게 남아서, 마음이 좀 헛헛하더라구요.
2월까지 공연이니 전 지킬을 달리는 와중에 종종 보러 가지 않을까 싶어요. 심란한 엔딩 때문에 막 다시 보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은 아녔는데, 다시 뮤지컬 OST 듣다보니, 공연이 곱씹어지면서, 어서 또 다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걸 보니 말예요.
그리하여, 결론은 아선-준모 페어 추천합니다. ^^ 엘가님 시간 좀 나아지시면, 꼭 보세요~ 다른 친구들하고 가시기로 약속하신 거 아니면 저 데려가주시구요~ ;-)
전 이혜경-성기윤씨의 초연 공연은 보지 못해서 비교 대상이 없으니, 그 때와 비교한 연출이라거나 무대라거나 배우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지난 번, YTP님의 글을 보니 아쉬운 부분이 있었던 것 같지만요. ^^
p.s.
아, 좌석은 단 차이가 시작되는 4열 이후를 추천합니다. 무조건 1열은 좀 피하셔야 할 듯... 준모 청년의 침이 직방으로 쏟아져 내립니다;;; 그게 안 보이면 모르겠는데, 너무 리얼하게 보여서, 준모씨가 객석 쪽으로 가까이 다가와서 노래 부르면 1열 관객들은 얼굴 슬몃 가리고 뒤로 몸 빼더라구요. ㅋㅋㅋ 자기들도 웃고, 뒤에서 보는 사람들도 웃고... 준모씨는 그런 관객들의 두려움을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극장 구조 전혀 모르고 2열에 앉아 보느라 고개를 내내 좀 들고 있어야 했어요. 그래도 별 무리 없이 관람하긴 했는데, 여기 좌석이 불편하다는 (방석을 깔아두긴 했지만) 문제가 있고, 무대가 작아서 오케스트라는 어딘가 숨어서 연주하고 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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