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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중독

수학공부하는 앤, 2007/06/12

타카하타 이사오의 애니메이션 [빨강머리 앤]은 원작을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그려낸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상상 장면도 멋지게 표현하고, 풍경 묘사도 아름답고, 원작의 디테일을 멋지게 연출해서 원작의 '읽는' 재미를 '보는' 재미로 승화시켜주었죠. 

이 만화에는 특히 앤이 베이킹을 하는 장면이 자주, 그것도 아주 자세하게 나와요. 만화 장면만 보고도 대충 베이킹 레시피를 그려낼 수 있을 정도로. [빨강머리 앤의 요리 노트]라는 책이 나온 게 절대 무리가 아니죠. :) 

쉽게 상상에 빠지고 상념에 젖어버리는 성격 탓에 앤은 실수도 많은데, 손수건에 풀을 먹인다거나 파이를 화덕에 넣어두고 까맣게 잊는다거나 감기에 걸려 냄새를 맡지 못해 바닐라 대신 진통제를 케이크에 넣는다거나 길버트에 대한 분노로 몸서리치다가 푸딩 소스 뚜껑 닫는 걸 깜박해서 쥐가 빠져 죽도록 방치한다거나 하는 사건들은 유명하죠. 

헌데 베이킹을 비롯한 집안일 못지 않게 자주 등장하는 장면은 분필과 석판을 들고 열심히 수학 문제를 푸는 앤의 모습이죠. 기하를 극복하고자 했던 앤의 근성을 찾아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수학 문제를 열심히 푸는 앤의 모습, 너무 매력적이지 않나요? 마지막 장면 대사도 '이 삼각형과 이 삼각형의 면적이 같으니까, 알았다!' 뭐 이런 식. 저도 한때는 제일 좋아하는 과목이 (감히) 수학이라고 말하며 열심히 수학경시대회 준비를 했던 시절도 있었는데. 백만년 전의 일이군요;


+ 올려놓고 보니 첫 화면은 수학이 아니라 영어 내지는 영문학 공부를 하고 있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