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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빌

RENT - 사는 게 더 허전해지던, 2009/03/23 사는 게 재미가 없다고 말했을 때, 3년 전에도 내가 그랬다고 민지가 말했다. 땅, 뒷통수를 맞은 것 같았다. 그러고보니, 그 때는... 사는 게 재미없었다기보다 사는 데 지쳐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사는 게 좀 재미가 없다. 렌트를 보고 나면 좀 낫지 않을까 싶었는데ㅡ그러고보니 노래만 들어왔지 나 놀랍게도 렌트를 본 적이 없더라ㅡ이렇게나 산만하고 마음을 전혀 두드리지 않는 공연도 간만이라, 돌아나오는 마음이 허전해서 견디기 힘들 지경. 공연이 대체 이렇게나 부산스럽고 산만하고 웃기지도 슬프지도 않아서야... 게다가 작품이랑 어울리지도 않는 1,000석 규모의 공연장 잡아두고는 객석이 심하게 썰렁해서 박수도 호응도 없어 내가 다 민망하고. 조승우/정선아/김호영 캐스트였다해도 이 작품을 좋아할 수는 없었.. 더보기
김종욱 찾기 - 가물가물하지만, 간략 공연 메모, 2009/03/23 김종욱 찾기 장소예술마당 1관출연최원준, 윤석현, 강동호, 문진아, 한수연기간2007.10.23(화) ~ 오픈런가격일반석 45,000원 09/2/11 강필석-김지우-정상훈, 김종욱 찾기, 예술마당 와, 나 이제 이런 것도 보는구나 싶은 마음으로 갔던 공연. 씨왓 때 정들었던 배우들 공연은 챙겨봐주어야 할 것 같은 기분으로, 아마 비씨 라운지 할인 챙겨서 갔을 거다. 김지현씨 캐스트로 알고 갔다가 김지우씨가 나와서 초반부터 당황했더랬다. 미안한 말이지만, 궁금하긴 해도 굳이 챙겨 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들던 배우라, 당황스럽긴 해도 이런 식으로 한 번 보게 되는 거 나쁘진 않구나 싶었다. 화면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마르고 훨씬 작고 훨씬 하얗고 이목구비도 훨씬 뚜렷해서 서양 마론 인형을 보는 기분이었다. .. 더보기
밀린 공연 메모, 2009/07/08 밀린 걸로 치면 지난 겨울에 내 혼을 쏙 빼놓았던 로 되짚어 올라가야 하겠지만ㅡ아직도 n번의 관람에 대한 총정리를 하지 못했다. 어쩜 평생 하지 못할 것이다ㅡ가방이랑 지갑이랑 방구석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티켓을 모으다가, 이렇게라도 몇자 끄적이지 않으면 결코 적지 못하겠다 싶어 최근 관람 공연에 대한 짤막 메모. 개중엔 좌정하고 차분하게 감상을 적고 싶은 공연도 있지만, 여전히 나는 출력 불가 상태이다. 09/5/22(금) 20:00 이정미-이창용, 내 마음의 풍금, 호암아트홀 학창 시절, 선생님 한 번 좋아한 적도 없는 주제에 홍연이의 마음이 내 마음인 양, 눈물이 다 났다. 가 닿을 곳이 없는, 되돌려 받을 수도 없는, 그 마음을 어찌 모르리. 좋아하는 선생님이 짝사랑하는 여인에게 차마 전하지 못한 .. 더보기
깨어나는 청춘, Spring Awakening, 2009/08/07 09/7/30(목) 20:00 김무열-조정석-김유영, 스프링 어웨이크닝,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묵직했다. 일세와 마르타의 어두움이, 모리츠의 무거움이, 벤들라의 죽음이, 멜키어의 혼돈이, 깨어난 청춘의 무게가 묵직하게 밀려와 공연장을 나서는 마음에 여운이 남았다. 놀라웠다. 19세기 독일에서 쓰여진 희곡이 구현하는 동시대성이. 삶의 어떤 부분들은 결코 변칠 않는다. 어떤 형태 또는 방식으로든 사춘기를 살아낸 '생존자'들이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이토록 격정적이고 이토록 혼돈에 가득찬 사춘기를 고요히 지켜보고 있다는 점도 어떤 의미에서는 놀라웠다. 그렇게 자위, 미성년 혼전 성관계, 근친강간, 동성애, 낙태, 자살이라는 엄청난 이야기들이 무대 위에서 하나둘 펼쳐지고 있었다. [스프링 어웨이크닝 Spring .. 더보기
재산 탕진의 기록, 2009/08/23 2009/6/17(수) 20:00 삼총사, 엄기준-신성우-김법래-민영기-이정열-배해선-김소현, 충무아트홀 치정극 햄릿에 이어 발랄코믹 세계명작동화같은 삼총사. 고작 두 편밖에 보지 못했지만, 체코 뮤지컬의 트렌드란 이런 것인가 싶게 만들던;; 누군가의 말처럼 진정 '어른들의 학예회' 삘 나던 뮤지컬이었다. 사실 나는 어줍잖게 분위기 잡는 것보다는 이렇게 대놓고 오바하는 작품을 차라리 좋아하는 편이다. 문득 세나가 뮤지컬에 대해 했던 말 중에 너무 웃겨서 종종 곱씹어보는 구절이 생각났다. "뮤지컬은 아무리 생각해도 웃긴 것 같아, 오페라도 마찬가지지만 말로 할 수 있는 걸 노래로 한다는게. 내게 뮤지컬은 주책스럽다는 느낌이다. 모든 걸 억제하려는 기색은 없고 뿜어내려는 분출하려는 욕망뿐이야. 근데 그 주책.. 더보기
앵글로색슨족의 <지킬앤하이드>, 2009/09/03 2009/8/29(토) 15:00 브래드 리틀-루시 몬더-벨린다 월스톤, 지킬앤하이드, 세종문화회관 (+ 다른 곳에 쓰기 시작한 후기를 옮겨 정리한 거라 존대 말투입니다;;;) 저의 뮤지컬 관람 인생에 있어 the point of no return을 짚어보라면 그건 아마도 가 무대에 올랐던 2008년 11월에서 2009년 2월까지의 기간일 거예요. 지칠 줄 모르던 반복 관람, 차마 닫힐 줄 모르던 지갑, 가족 같은 마음으로 긴장하고 또 자랑스러워 하며 사수하는 첫공과 막공, 뭐라 정의를 내려야 할 지 모르겠던 열병 같던 마음. 이전에도 이후로도 뮤지컬 매니아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있지마는 pre-지킬 앤 하이드와 post-지킬 앤 하이드의 저의 뮤지컬 관극 패턴이나 태도는 지킬과 하이드, 또는 엠마와 루시.. 더보기
전쟁과 함께 한 주말 :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과 영웅, 2009/11/10 [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을 다 읽은 다음 날 뮤지컬 [영웅]을 보고 났더니, 의도치 않게 전쟁과 함께 한 주말이 되고 말았다. 두 작품이 묘사하는 전쟁의 시공간과 전쟁을 조명하는 방식은 사뭇 달랐지만, 두 작품 모두 '전쟁'이라는 사건이 인간에게 일으키는 균열, 파괴, 절망, 그리고 용기에 대해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맞닿는 지점이 있었다. 전자는 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의 해협 제도(Channel Islands)에서 전쟁 이후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후자는 일제강점기 직전의 대한제국에서 전쟁에 맞서는 독립투사의 이야기다. 전쟁이라는 동일한 소재를 다루되, 전자는 전시에 몰래 숨겨둔 돼지를 구워.. 더보기
호사스런 주말의 문화 생활, 2010/01/31 꼬마 니꼴라 ★★★☆ 그 어떤 영상도 쎙뻬의 삽화를 넘어설 수 없겠지만, 꼬마 니꼴라의 실사판도 참 사랑스러웠다. 니꼴라는 삽화보다 너무 잘 생겨진 것 같고, 아냥은 싱크로 백퍼센트 ㅎㅎ "90분간의 치유"까지는 모르겠고, 중간중간 느슨해져 지루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귀엽고 즐거운 영화였다. 불어 듣기 실력 향상 의지를 다시금 새기게 되었고, 설 연휴 때 집에 가서 꼬마 니꼴라 시리즈를 몽땅 다시 읽고 싶어졌다. 불어판은 싸 들고 와서 스터디 용도로 활용할까나. 아, 종로 3가의 둘둘치킨은 연강홀 앞 둘둘치킨보다 살도 많고 맛있었다. 어울리진 않지만, 계란찜을 반찬으로 주는 것도 특이점. 역시, 치맥은 개념. 호야(好夜)장소남산예술센터출연김진아, 김선표, 전미도, 홍성경, 조시내기간2010.0.. 더보기
제이미 컬럼 첫 내한 콘서트, 2010/04/12 제이미 컬럼 첫 내한공연장소유니클로 악스(구 악스코리아)출연제이미 컬럼기간2010.04.10가격스탠딩 99,000원, 지정석 99,000원 ...에 대한 감상을 좌정하고 서론/본론/결론 갖춰 남기고 싶지만! 게으름 때문에 손이 가는대로 끄적여둔다. 이마저도 적지 않으면 사장될 가능성이 농후하므로... 3년여만에 만났으나 늙기는 커녕 더 귀여워진 듯한 제이미. 여전히 반짝인다. 조금만 더 하면 능글맞아 보일 수도 있는 그 싱그러운 웃음도 여전히. 내가 절대 보일리가 없는데도 나를 보고 웃는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는 웃음. (아니나 다를까 객석 여기저기에서 나 보고 웃는다며 탄성이;;;) 최신 앨범 [The Pursuit] 위주로 연주할 것 같았는데, 초반에는 신곡으로 몰아가다가 중후반에는 Catching.. 더보기
다시 돌아온 크리스틴, 2010/06/06 극중극 [돈 주앙] 이후, 팬텀의 지하동굴로 끌려온 크리스틴. 억지로 웨딩드레스에 면사포까지 씌워진 크리스틴을 구출하기 위해 달려온 라울. 이 세 사람이 격렬하게 맞서는 넘버인 [마지막 은신처 Final Lair] 이후, 다 잊으라며 라울과 크리스틴을 떠나보내는 팬텀. 원숭이 오르골에 맞춰 [마스커레이드 Masquerade]를 읊조리는 팬텀에게 다시 나타난 크리스틴. 일말의 희망으로 그녀를 붙들고 사랑을 고백하는 팬텀에게 반지를 돌려주고 다시 돌아가는 그녀. 이 흐름을 따라갈 때마다 늘 반지를 돌려주러 굳이 다시 돌아오는 크리스틴이라는 대목에서 김이 새고 말았다. 게다가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장면이 뭐냐면, 한없이 무너지며 괴로워하는 팬텀과 조각배 저어가며 '사랑, 바램은 그것 뿐'이라고 세레나데 불러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