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이라는 공간 때문이었을까, 이동진씨의 호평 때문이었을까,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연휴 마지막 날 근무 후 휴식 삼아 영화관을 찾았다.
명절이기도 하고, 이게 뭐 그리 관객이 몰리는 영화겠나 싶어 안이하게 현매를 생각했던 건 오산이었다. 생각지도 못하게 북적대던 영화관 풍경. 친구가 겨우 미리 예매한 좌석은 구석진 앞자리.
이러저러한 이유로 흥미롭게 시작한 관람.
놀랍게도 나, 홍상수 감독의 영화가 처음이더라. 영화를 본 적도 없으면서 홍상수 감독 영화에 등장하는 여자 캐릭터가 대충 어떤지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던지라 다작으로 유명한 그의 작품을 일부러 보지 않았던 것도 같고.
조소 같기도 환상 같기도 하다가, 이야기 속 우연대로 어정쩡하게 끝을 맺는 이야기. 한심하기도 하고 사실적이기도 한 한편, 지나치게 조작된 것 같기도 하고.
영화를 본 직후 개인적인 세 가지 반응
1. 맙소사. 경진과 예전이 동일인물이었어? 나 눈 삐었나봐... (이게 상당히 중요한 암시인데 말야;;) 2. 이렇게 먹으면 돈이 안 아깝다는 식당 '다정'에 가 보고 싶구나. 3. 익히 듣긴 했지만 홍상수 감독, 정말 경제적으로 영화 찍으시는구나.
영화가 겨냥하는 관객층과 벌어들이는 수익이 제각기일테지만, [북촌방향]이나 [최종병기 활]이나 [아바타]나 [해리포터]가 모두 9천원이라는 사실이 참으로 공평하면서도 불공평하달까.
감독의 의도와 상관 없이 이런 연상들에 사로잡힌 나로서는 이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지는 영화가 일년에 몇 편 안 된다는 이동진씨의 [북촌방향]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지는구나.
공감할 수 있건 없건 내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들어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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