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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중독

지하철의 연극

2006. 02. 16. 

모님의 블로그에 갔다가 <지하철 결혼식>에 대한 글을 읽고서야 그런 일이 있었구나 했다. 그런데 그게 왜 이렇게 커다란 이슈가 되었을까. 깜빡 속아넘어간 사람들은 억울하긴 할 거다. 어쩜 그렇게 감쪽같이 사람을 속아 넘길 수가 있어, 라면서. 그래도 그건 누구에게 해를 입힌 것도 아니고 오히려 훈훈함을 선사하였다니. 그냥 그 정도로 덮어두고 넘어갔으면 좋았을텐데, 그러게 왜 사람들을 찾겠다고 난리였던 게야. 

어쨌든, 나는 지하철 결혼식 연극에는 별 관심은 없는데 아무래도 그 사람들 내가 봤던 그 영화를 보았을 거라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헌데, 그 영화 제목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아 한 시간 동안 검색어를 바꾸어가며 찾아봐도 역시 찾을 수가 없다. 짤막한 단편 영화였는데 혹시 아시는 분 안 계신지. 내 기억엔 프랑스 영화였는데, 한참 몰입해서 생각하다보니 지금은 그마저도 확실치가 않다.

한 남자가 전철에 오른다. 다들 지친 모습으로 조용히 전철에 앉은 사람들. 이 남자는 자신이 연봉도 적고 변변치 못한 모습이지만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사는 사람이며 정말 진실한 사랑을 하고 싶다며, 나와 함께 해주실 분은 꼭 다음 정류장에서 함께 내려달라고 열변을 토한다. 하루하루 반복되는 삶에 지쳤지만 사랑에 대한 꿈이 있는 여주인공은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이 남자에게 집중하다 나중에는 감동하여 다음 정류장에서 자리를 박차고 뛰어내린다. 아뿔싸. 그러나 남자는 내리지 않는다. 허탈의 극치가 스민 여자의 얼굴. 상처 받은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고, 남자는 순간 당황하지만 그렇게 전철문은 닫히고 다시 움직여간다. 덜컹이는 전철 소리 뒤로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드셨던 분은 적선 부탁드린다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이 영화, 굉장히 충격적이어서 어딘가에 제목을 꼭 적어놓았을텐데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 날 그 영화를 보고 있던 내 모습은 선명한데. 아빠는 졸립다고 방으로 들어가시고 혼자 소파에 기대 앉아서 여주인공처럼 상처 입은 마음으로 화면을 바라보고 있던 내 모습이 보이는데, 도무지 영화 제목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것 참 답답한 노릇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