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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빌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OST 잡담, 2010/08/15

스토리오브마이라이프 OST 듣다 잡담 조금. 대체로 번역 괜찮지만, 아무래도 번역 중에 누락되거나 변질되는 의미가 생기기 마련. 원 가사 듣다 깨닫거나 새롭게 알게 된 것에 대해 끄적여본다. 작품 자체에 대한 감상이나, 배우들에 대해서는 나중에 적어볼 기회가 생기겠지.

 

1. <Mrs. Remington>에서 '우리 담탱이는 스모 선수, 넘실대던 슈퍼 뱃살'이라는 가사 들을 때마다 그리 좋아했던 레밍턴 선생님을 떠올리는 수식으론 부적절하다 싶어 왠지 모르게 불편했는데, 원 가사엔 그냥 '할로윈 파티로 무척 유명한' 선생님으로 소개된다. 아무리 음절이나 어절 맞춘 번역이 까다롭대도 전혀 없는 내용을 창작해 넣는 건 올바른 번역이 아닐텐데.

 

2. 천사 머리띠가 뭔가 했더니 halo였네. ㅎㅎ <Angels in the Snow>의 '늦은 12월의 햇살 속에서'에도 halo라는 단어가 재등장. 'in the halo of late December sun'으로.

 

3. 천사 클라렌스로 분장한 토머스를 두고 자유의 여신상이다 슈퍼맨이다 의견이 분분한데, 원곡에서는 슈퍼맨이 아니라 Thanksgiving 칠면조였고, 이 추측은 고등학교 때 앨빈 엄마의 목욕가운을 강물에 던져버린 도니 카터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메이님 말씀처럼 앨빈 아버지의 장례가 있었던 카터 장례식장도 도니 카터네 집안에서 운영하는 곳이었겠지. 손바닥만한 마을이었다니까.

 

4. 앨빈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서점 이름은 <헌책과 새책>이 아니라 헌책과 새책을 모두 취급하는 <Writer's Block>이다. 아니, 이런 중요한 이름을 번역하기 애매하다는 이유로 헌책과 새책방이라고 눙치다니... 이후, 토마스가 <눈속의 천사들>을 쓰면서 5년간이나 writer's block으로 고생하게 되는 것만 생각해도 앨빈 아버지의 서점 이름이 갖는 함의성을 무심히 넘겨선 안 된다 여겨지는데.

 

아니나 다를까 앨빈의 아버지 건강이 더 안 좋아져서 앨빈이 서점을 완전히 물려받게 됐을 때, 토마스가 '이 헌책과 새책방을 내가 아닌 네가 물려받게 되어 다행'이라는 이해할 수 없는 '작은 문학적 조크'를 날리는데, 이게 알고보니 writer's block을 작가인 내(토마스)가 아닌 네(앨빈)가 갖게 되어 다행이라는 농담였던 거지!! 이래야 말이 되고, 약간 씁쓸하지만 웃기기도 한 건데... 책방 이름 번역은 참 아쉽고나.

 

5. <Saying Goodbye(Part 2)>에서 토마스의 애인 앤한테 인사하라고 했을 때 바빠서 안되겠다는 장면에서.. '이미 만나서 인사한 거 아녔어?' 싶어 뭔가 늘 좀 어색하게 여겨졌었는데 say hi가 아니라 소개시킨 후 고향 출발 전 작별인사인 say goodbye였음!! 아, 속이 다 시원하네. "애니도 차안에 같이 '왔는데' 인사할래?"라고 하니까 지금 막 고향에 와서 인사(hi)하는 것처럼 들리잖아. "우리 이제 가는데, 나와서 애니한테 인사할래?"였다면 헷갈리지 않았을 것을.. 나만 헷갈렸던 걸까;;

 

6. <You're Amazing, Tom>에서 토마스가 수상소감을 말할 때, 가장 감사해야 할 중요한 사람을 꼽으며 앨빈의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 있는데, 류토마스와 록토마스가 각기 '제 책을 팔아주시는'과 '제 책을 사랑해주시는'을 기본 대사로 쓰는 듯 하다. 팔아주시거나 사 준다는 표현은 작가가 쓰기엔 너무 물질적이라 여겨졌는데 원곡에서도 'the one who buys my books'라네?!!

 

그리고, 이건 원곡 듣기 전에 메이님 지적으로 알게 된 건데 나비는 350'자' 단편소설이 아니라 350'단어' 단편소설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자'로 따지니까 '단어'보다는 '자'로 번역하는 게 좀 더 자연스럽긴 하지만, 숫자를 그대로 350로 쓰면서 '자'만 바꾸면 틀린 번역이 되어버리긴 하지. 트위팅 3번 반이면 단편소설 하나 나옵니다... 하지만 350 단어라고 해도 정말 짧긴 짧다. 정말 350 단어로 그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니, '나비'의 가사를 세어보고 싶은 충동적인 생각이 드는구먼...

 

마지막으로 원곡 OST와 무관하게. 송덕문이라는 단어는 여러 번 듣다보니 익숙해지긴 했는데, 송덕문은 공덕을 기리기 위한 글이 아닌가. 추도문이 맞는 단어선택 아녔을지.

 

처음 봤을 땐, '괜찮네' 정도의 느낌이었다가 그냥 좀 아른아른 생각이 나더니, 두 번째 보고 나니 왜 이렇게 좋은 작품인거야... 뮤지컬 넘버도 무척 좋다. '저희 아버지 얘기 하나 해 드릴게요.'와 '앨빈 얘기 하나 해 드릴게요.'의 댓구... 아, 엔딩 정말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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