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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빌

The Book of Mormon, 2013/11/01




2013/9/18 The Book of Mormon 14:30

로터리 추첨해서 할인 티켓 판매하는 건 브로드웨이 풍습(?)인 듯 하다. 웨스트엔드에서는 연극의 경우 공연 당일 아침 10시부터 Day Seats를 판매하는 식으로 할인을 제공한다. 브로드웨이에서는 이를 러쉬 티켓이라고 하는 걸로 알고 있다. 로터리든 데이 시트든 경험해보지 않은 예매 방식이어서 물리적으로 가능할 때 시도해보자 싶어 전날 [The Curious Incident of the Dog in the Night-time]과 [The Book of Mormon]의 티켓 구매를 각각 데이 시트와 로터리 추첨 형태로 시도했다가 연달아 낙방했다. 데이 시트를 사기 위해서는 한 시간 전부터는 줄을 서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난생 처음 시도한 로터리 추첨에선 당첨운이 없었다. 

심기일전하여 다음 날 다시 [The Book of Mormon] 마티네 로터리 추첨을 하러 갔다. 이번엔 동행이 있어서 전날보다 당첨 확률도 두 배로 높아졌겠다, 당첨을 염원하는 마음도 두 배로 커졌다. 그런데 이게 웬일!!! 세상에나, 내 이름이 첫 번째로 불린 것! 꺄악꺄악거리며 흥분 상태로 정신없이 20파운드에 표를 구매하는 중, 동행의 이름마저 불린 것! 이미 표를 구매했기 때문에 동행의 당첨은 무효화시켰지만, 10명 정도 뽑는 상황에서 우리 둘 다 당첨되었다는 게 너무 신나서 한동안 흥분 상태에서 빠져 나오질 못했다. 할인된다고 해도 결국 돈 내고 사는 표인데 이렇게 기분 좋을 수가. 

그리하여 몇 년간 명성만 익히 들어온 [The Book of Mormon]을 관람할 수 있었다. 몰몬경, 참 심플하고도 웃긴 제목 아닌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극단적인 코미디였고, 그걸 풀어내는 방식도 굉장히 유치하고 또 고전적이어서ㅡ반면 배우들은 시종일관 진지하기 그지 없다. 5-60년대 고전 뮤지컬의 과장된 표현을 비웃는 듯 하면서도 효과적으로 활용한달까ㅡ내내 웃으며 관람했지만 대체적으로 너무 가벼운 게 아닌가 싶었다. 왁자지껄 난장소동극 같은 작품이 토니 어워즈를 휩쓸 수 있구나 싶어서 살짝 놀라기도 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토니 어워즈에 대한 편견이 내게 있었던 것 같다. 

민감할 수 있는 주제를 닥치는 대로 희화화, 정형화하고 있어 특정 집단을 자극할 법한 아슬아슬함이 극 전반에 흐르는데, 끝까지 관람하고 나면 결국 이 극이 조소를 보내고 있는 대상은 특정 집단이 아닌 그 집단을 정형화하는 편견이라는 걸 깨닫게 된다. 몰몬교도들이 소송은 커녕 오히려 이 공연 플레이빌에 몰몬교에 대해 더 잘 알아보는 기회를 가지라는 광고를 냈다는 에피소드도 공연만큼이나 유쾌했고. 

재밌는 건, 가벼운 난장극이라는 감상으로 극장을 나섰는데 오히려 그 후에 자꾸 곱씹게 되는 지점이 있더라는 것. 부활 후 미 대륙을 예수가 방문했고 천사가 조셉 스미스에게 몰몬경이 적힌 금판을 내려주었다는 몰몬교의 주장이 어처구니 없다고 비웃지만, 또 어떤 누군가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지 사흘만에 부활했다는 기독교의 믿음을 비웃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과연 누가 무엇을 비웃을 수 있단 말인가. [The Book of Mormon]의 북부 우간다 마을 사람들처럼 이 모든 걸 '비유'로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조금 더 너그러워질 수 있을텐데. 나는 이런저런 불경한 생각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는 흥행하기 어려운 작품인 듯 하다. 유머 코드도 다르고, 몰몬교를 비롯해서 이 작품에서 풍자적으로 다루는 주제들이 우리들에겐 낯설다. 더구나 우간다 사람들은 어떤 식으로 분장시킨단 말인가. 관객과의 합의를 통해 우간다인들과 미국인을 구분하는 장치를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아무래도 '리얼'하지가 않다. 새삼스럽게도 다인종이 함께 만드는 무대가 참 신선하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