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플레이빌

2014.2월 웨스트엔드 & 오프웨스트엔드 공연관람기(3)

2014/2/1 Jersey Boys, 19:30, Prince Edward Theatre

Frankie Valli - Ryan Molloy

Tommy Devito - Jon Boydon

Nick Massi - David McGranaghan

Bod Gaudio - Edd Post


주크박스 뮤지컬을 딱히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다가

Four Seasons에 대해서는 아는 게 하나도 없었으나 

(그룹 멤버들이 생존해 있다는 사실에 놀란 수준이니;;)

요즘 웨스트엔드에서 딱히 볼 만한 뮤지컬이 없어서 

예정에 없이 파리에서 온 친구랑 후다닥 번개로 만나서 본 공연. 


요즘 한국에도 투어팀이 공연 중이라지. 


Four Seasons 팬이었다면 얼마나 더 재밌게 볼 수 있을까 싶던...

관객 평균 연령이 오십대쯤은 되어 보였는데 중년의 남녀 관객들이 얼마나 즐거워하며 덩실덩실 춤을 추시던지...


공연이 끝나고 나니

Jersey boys라는 뮤지컬을 본 건지

Four Seasons의 공연을 본 건지 헷갈렸고

마치 Jersey boys에 등장하는 Four Seasons의 팬을 연기하고 나온 기분이 들었던 걸 보니 

Four Seasons의 노래로 Four Seasons에 대한 헌사를 제대로 바치는 잘 만들어진 뮤지컬이었구나 싶다. 


Can't take my eyes off of you는 좋은 노래구나ㅡ



2014/2/8 War Horse 14:30, New London Theatre




서둘러 아침 일찍 줄을 선 덕에 Day seat로 마티네 공연 표를 구할 수 있었다. 통상 Day seat는 1,2열 양 가장자리 표를 15~20파운드에 파는데, 이 극장은 무대가 낮아서 무대 가까이 앉기 좋아하는 내게는 1열이 최상의 좌석으로 시야 장애 전혀 없이 아주 생생하게 무대를 감상할 수 있었다. 2막에서는 내 바로 앞 무대 아래쪽이 벙커로 전환되어 배우들이 그 안에서 한참을 연기한다. [War Horse]는 어둡고 지루해보이는 포스터 때문에 전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가 친구의 추천으로 보게 되었는데 와... 이건 무대공연의 신세계였달까. 극에 등장하는 모든 생명체가 인간의 컨트롤에 의해 움직이고, 그 움직임을 세밀하게 간섭하고 있는 인간이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철골 구조물이 살아 숨쉬는 말로 보이고, 능청스러운 거위 그 자체로 보인다. 말의 귀와 꼬리의 움직임, 울음, 호흡까지 치밀하게 표현하는 인형술사들에게 감탄을 멈출 수가 없다.  




동명의 소설, 영화까지 있는 [War Horse]의 플롯은 간단하다. 알버트는 아버지가 경매에서 충동적으로 사 온 어린 말 조이를 돌보고 길들이며 뗄레야 뗄 수 없는 형제(조이가 암말이었나 숫말이었나? @_@)처럼 지내는데,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알버트의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알버트 몰래 조이를 군마로 팔아넘기고, 조이의 안위를 걱정하던 알버트는 결국 나이를 속이고 입대하여 조이를 찾으러 나선다는 이야기. 술주정뱅이인데다가 아들에게 하등 도움 안 되는 이 밉살맞은 아버지가 조이를 군마로 팔아넘기면서, 조이와 알버트가 생이별하게 되는 장면에서 이미 눈물 바다. 1막이 끝나기도 전에 엄청나게 울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거짓말 같은 해피엔딩(이라면 해피엔딩)이 비현실적인 것 같으면서도 위로가 되더라. 이 엄청난 전쟁의 비극 속에서 아주 작은 기적 하나는 꿈꿔도 되지 않는가. 


인형술사들이 만들어내는 말의 움직임 자체가 내게는 그 어느 것보다 강렬한 내러티브 그 자체로 다가왔는데, 어린 조이가 큰 말로 성장하는 화면 전환, 조이와 톱손의 만남, 전쟁터에서의 조이와 톱손의 움직임은 몇 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살아 있는 말보다도 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는 철골구조물의 말을 무대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War Horse] 관람, 강력히 추천한다. 



2014/2/25 Tell Me On A Sunday 20:00, Duchess Theatre


관극 인생 중 몇 안 되는 황당한 경험. 초연 배우 Marti Webb이 34년만에 선보이는 리바이벌이라는 이유로 챙겨보았는데, 내가 공연에 대한 사전 정보가 너무 없었던 것인지...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공연이 1시간이 안 돼서 끝날 수가 있냔 말인가. 표 확인 받고 입장해서, 공연 끝나고 앵콜곡으로 두어 곡인가 부르고, 화장실까지 들렀다 나왔더니 공연장 들어온 지 딱 한 시간... 처음엔 인터미션인 줄 알았는데, 사람들 박수치는 분위기나 배우가 인사하는 모양이 인터미션이 아니라 엔딩이었던 것. 여배우 홀로 전곡을 독백처럼 부르는 공연이니 여타 공연보다 공연 시간이 짧을 순 있지만, 기승전결이 확실한 느낌도 아닌데다가 가격 대비 만족도가 공연 시간에서 현저히 떨어지더라. 영문도 모르고 쫓아온 일행에게 너무 미안해서 공연 후 칵테일을 사야만했다;;;


반면 관중의 반응은 꽤 열렬했는데 Marti Webb에 대한 환호로 느껴졌다. 초연 배우의 리바이벌이라는 기념 때문에 챙겨본 것이었지만 막상 극을 관람하고 보니 맥락상 아직은 혼란스럽고 영향 받기 쉬운 어린 여자가 주인공이어야 하는 내용이라 원숙한 여배우가 극 자체에는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듯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공연했던 걸로 아는데 그 때는 어땠나 궁금해졌다. 



2014/2/26 Sweeney Todd 14:00, LAMDA


처음으로 관람한 오프웨스트엔드 공연이었는데 퀄리티가 몹시 좋아서 오프웨스트엔드 공연이라고 피할 필요가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관극. 스위니 토드는 첫 관람이었는데 굉장히 좋았다. 몇 안 되는 전자악기로 연주하는 밴드에 맞춘 아마추어 공연도 이렇게 좋은데 프로 공연은 얼마나 더 좋을까. 손드하임의 멜로디와 화음, [스위니 토드]라는 이야기의 어두운 비극, 이 모든 게 참 마음에 들었다. 2007년에 놓쳤던 한국 공연이 다시 한 번 아쉬워졌고, 끝내 엎어졌다는 올해 재공연 소식도 참 안타깝고. 


손드하임의 작품은 [컴퍼니], [스위니 토드], [조지와 함께 일요일 공원에서]밖에 못 봤지만ㅡ[컴퍼니]는 아주 재밌게 봤던 기억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건 아니었고ㅡ음악이 묘하게 취향에 맞아서 다른 작품들도 몹시 궁금한데, 우리나라에선 별로 인기가 없는 건지 무대화가 쉽지 않은 듯 하니 언제나 다른 작품을 볼 수 있을는지. [암살자들] 오프웨스트엔드 공연이 런던에서 올 초에 있었던데 공연 기간이 짧아서 챙겨 보질 못했었다. 파리 샤틀레에서 봤던 [조지와 함께 일요일 공원에서]는 무대가 참 사랑스러웠던 게 기억에 남는다. 그것도 다시 보고 싶은 작품이었지. 



2014/2/26 1984 19:30, Almeida Theatre


런던에 자주 가는 게 아니니 한 번 가면 공연을 몰아보는 경향이 있었는데 하루에 두 탕은 금물이라는 걸 깨달은 날. 인기 공연이라 어렵게 구한 좌석이었는데 공연에 집중하기엔 체력이 이미 너무 떨어져있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이 연극에 대해서는 별로 코멘트할 게 없을 정도. [한밤 중에 개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 때도 느꼈지만, 이 공연에서도 조명과 음향을 포함한 무대를 굉장히 모던하게 활용한다. 조지 오웰의 원작을 꽤 좋아하는 데다가 연극도 호평에 매진 연속이라 엄선했다가 제대로 관람하지 못해서 아쉬운 기억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