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좌들의 서커스가 펼쳐지는 밤, 달을 껴안고 춤을 추는 존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이 보름이란다. 밤바람이 찰까 싶어 민소매 잠옷 위에 가디건을 걸치고 옥상으로 나갔더니 딱 기분 좋은 정도의 바람이 살갗에 와 닿고, 휘영청 달이 밝았다. 절구질을 하는 토끼의 실루엣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는 커다랗고 노란 달.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만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만큼의 거리보다도 훨씬 더 멀리 뻗어 있는 저 깊고 푸른 우주에선 이 새벽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검고 푸른 하늘의 장막 안에서는 지구로부터는 아무도 볼 수 없는 성좌의 서커스가 펼쳐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대 앞 주택지구에 무슨 낭만이 있을까. 화창한 초여름날, 뽀얀 살결이 드러나는 시원한 셔츠에 살랑거리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대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교정이나 깜찍한 액세서리 좌판과 먹거리 좌판이 여기저기 자리잡고 있는 활기찬 학교 앞 거리라면 또 모를까. 밤이 찾아온 학교 앞 거리는 참으로 황량하고 지나치게 고요해서 때론 무섭기까지 하다. 터질 듯이 꽉 찬 쓰레기 봉투 더미에서 고약한 냄새가 나기도 하고, 밤의 적막을 이용해서 호기를 부려보는 무리와도 가끔 마주치게 되고.
달을 보려 올라갔던 옥상에서는 신촌의 현란한 네온사인과 도시의 매캐함이 먼저 다가온다. 밤이 되어도 꺼지지 않는 거리의 불빛에 별빛은 제자리를 잃는다. 낭만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듯한 황량한 도심. 흥청망청 술을 퍼먹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비틀대는 사람들, 흉측하게 엉켜서 값싼 모텔을 찾고 있을 남녀들, 뺀질뺀질한 목소리로 짝짓기를 책임지겠다며 접근하는 호객꾼들, 온갖 추한 군상을 담고 있는 이 거리가 마냥 비루하지만은 않다. 황폐하게만 느껴지는 이 도시의 밤조차도 언젠가는 그리워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 밤의 바람을 기억하게 될 거라고.
오래오래 달을 바라본다. 소박하면서도 그 무엇보다 신비롭고 화려하게 빛나는 달을, 보름달 안에서 절구질을 하는 토끼를, 탐스러운 머리칼을 빗고 있다는 처녀를, 그 너머 우주의 성좌를, 성좌들의 서커스를 응시한다. 언제고 꺼내어 볼 수 있도록, 눈을 감으면 언제라도 그려낼 수 있도록, 오래도록 바람을 맞는다. 모든 기억을 응축하고 있는 이 밤 공기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