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샐러드 데이즈

추억이 되는 기억, 2005/07/12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어제는 문득 홈페이지를 없애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시달렸더랬다. 엄청난 지적의 소산, 유용한 정보의 창고, 아무리 퍼도 결코 마르지 않을 우물물 같은 블로그와 홈페이지를 만나게 되고서는 어줍잖은 감정의 분출구, 자기 전시용에 불과한 공간, 오히려 오프라인의 관계와 삶을 소원하게까지 하는 이 모순적인 공간을 어쩌지도 못하고 5년씩이나 끌고 온 게 과연 잘한 일인가 싶어 돌아보고 또 돌아보며 반성하였다. 재단할 건 재단하고 거를 것은 또 걸러내어 보여지는 웹에서의 모습이 얼마나 표면적인가 싶어서 내가 어디까지 부풀려져 있을까 싶어서. 인터넷에 난무하는 쓰레기같은 웹페이지와 결국은 별 다를 것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성급한 결론까지 내리고나니 속이 시큰한 것이 아주 묘한.. 더보기
성좌들의 서커스가 펼쳐지는 밤, 2004/06/03 성좌들의 서커스가 펼쳐지는 밤, 달을 껴안고 춤을 추는 존의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마침 오늘이 보름이란다. 밤바람이 찰까 싶어 민소매 잠옷 위에 가디건을 걸치고 옥상으로 나갔더니 딱 기분 좋은 정도의 바람이 살갗에 와 닿고, 휘영청 달이 밝았다. 절구질을 하는 토끼의 실루엣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는 커다랗고 노란 달. 마음을 빼앗겨 버리고 만다.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만큼의 거리보다도 훨씬 더 멀리 뻗어 있는 저 깊고 푸른 우주에선 이 새벽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검고 푸른 하늘의 장막 안에서는 지구로부터는 아무도 볼 수 없는 성좌의 서커스가 펼쳐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대 앞 주택지구에 무슨 낭만이 있을까. 화창한 초여름날, 뽀얀 살결이 드러나는 시원한 셔츠에 살랑거리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 더보기
KRAMERBOOKS & afterwords, 2007/01/29 뉴욕이나 파리 같이 '익사이팅' 혹은 '로맨틱'한 도시들에 비하면 디씨는 참 소박하고 조용하고 건조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이런 디씨에도 구석구석 찾아보면 정 붙일 공간이 숨어 있고, 오래토록 곱씹게 될 풍경이 있습니다. 오늘은 크레이머북스 (Kramerbooks) 라는 재밌는 서점에 대해서 이야기해드리려고 해요. (제가 무슨 이야기 할머니도 아니고. 후훗. 그러고보니 저 어렸을 적에 옛날 얘기하는 거 너무 좋아해서 친구들이 이야기 할머니 같다고 해 준 적이 있네요.) 크레이머북스는 듀퐁 써클ㅡDupont Circle: 프랑스식으로 발음하자면 뒤뽕에 가깝겠고 여기식으로는 듀판~에 가깝지만 저는 꿋꿋하게 듀퐁이라 표기합니다ㅡ에서 약 2-3분 거리, 코네티컷 애비뉴 1517번지에 있는 서점이에요... 더보기
그믐처럼 몇은 졸고, 2007/02/25 해야 할 일은 쌓아두고 마냥 잡담을 늘어놓고 싶은 토요일 밤,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인생은 무정한 남편이어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맥락에 놓여있다. 요전번에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인용했던 milkwood님의 표현을 다시 한 번 빌어오면,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 사람에 대해서 무언가를 말해주던 시기"와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게 꺼려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 모든 시기를 지나온 지금에도 검색창에 몇 글자 넣고 두들기면 적당히 귀여운 사진과 적당히 고운 색, 적당히 깜찍한 폰트로 꾸며진 그의 소설 발췌문이 쏟아져 나온다. 무슨 연유인지 하루키 삐딱선을 타고 있었던 나는 '봄날의 새끼곰처럼 너를 좋아한다'거나 '한밤 중 기적 소리만큼 너를 사랑한다.. 더보기
2007.3월, 라이베리아 이야기 라이베리아 이야기 (1) 먼로비아에 도착한 지 일주일째 되던 날에야 처음으로 사진기를 꺼내들었다. 그만큼 바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욱이는 우리가 처한 환경 때문이었다. A의 말마따나 라이베리아에서 보낸 약 2주일의 시간 동안 우리는 몇백 걸음밖에 걷지 않았다. 걸을 수가 없었다. 신변 안전 때문에 늘 CCF의 운전사나 CCF에서 계약 고용한 택시기사와 함께 이동해야했다. 14년간의 전쟁은 이 땅에 많은 상처를 남겼다. 전쟁이 끝난 지 이제 3년, 처참한 폐허와 총알자국이 선명한 건물, 대학살의 장소가 도시 곳곳에 그대로 남아있고, 지난 몇년 간 재정착한 국제/국내 난민은 전기도 수도도 없는 폐허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다. 먼로비아에 제한적으로 전기와 수도가 들어온 것도 십여년만이다. 국내 실업률은 .. 더보기
부치지 못한 편지, 2007/06/26 당신에게, 쓰다 만 편지들을 끝내 부치지 못하고 또 이렇게 새로 씁니다. [러브레터]의 후지이 이츠키도 아니면서 왜 그리 편지를 부치지 못했는지. 그러고보니 [올드미스다이어리]에서 우현 삼촌이 쓰신 책 제목이 "부치지 못한 편지"였던 것 같아요. 양로원에 맡겨진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편지를 우현 삼촌이 대신 받아적어 가족들에게 보내드리려다 말없이 이사를 가버리는 경우가 많아 주소가 없어 부칠 수 없었던 편지를 모은 책이었어요. 지금 제가 쓰는 편지는 그렇게 애틋한 편지는 아니지만, 그 동안 부치지 못했던 수많은 편지들을 떠올리며 속죄하는 마음으로 쓰는 편지예요. 날이 무척 더워요. 한국엔 장마가 시작되었다는데 마음 눅눅하지 않게 지내고 계신지요. 전 어제 친구들과 자전거를 타러 갔었어요. 운하와 강변 따.. 더보기
푸른 해군들의 Amor Dei, 2009/09/08 몇년만에 무궁화호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혹시나 구운 계란을 파는 카트가 지나갈까 기대해보았지만, 객차를 정리하거나 좌석 때문에 실랑이하는 승객들을 안내하기 위해 두어 번 역무원이 오간 것 말고는, 두 시간 내내 간식거리를 담은 카트는 보이질 않아 내심 아쉬웠다. 역에서 내려 집으로 직행하지 않고, 1956년 찐빵집으로 시작한 오래된 빵집 을 찾아 아주 오랜만에 구 도심을 누볐다. 우리 가족에게도 그렇거니와, 아마도 이 곳은 대전 시민 모두에게 오래된 단골 빵집이 아닐까. 하도 오랜만이라 가물가물 이 골목이 맞나, 이쯤이 맞나 두리번거리며 길을 찾아갔다. 진작에 쇠한 상권이 신 도심으로 옮겨간 지도 한참이니 역전 구 도심이 낡아보이는 것이 당연할 터인데도, 얼마 전 기억에 비해서도 너무나 조잡하고 낡았으.. 더보기
집꾸미기 즐겨찾기 http://www.hanssem.com http://otto.kr http://hanilcarpet http://livinghands.co.kr http://vanillahome.co.kr http://cozycotton.co.kr http://annstory.com http://whitevintage.com http://woeweles.co.kr http://moo21.co.kr http://parkjinwoo.com http://sopumchannel.com http://2001outlet.co.kr http://10*10.co.kr http://nesshome.com http://onliving.co.kr http://cozycotton.co.kr http://oiid.co.kr http://by.. 더보기
혈통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동생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추대받는 이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뿌리깊은 나무]의 정기준이 반촌의 백정으로 살며 겪어야 했을 일들이 전혀 측은하지도 사무치지도 않는 까닭은 적통이라는 것 외에는 그가 한 일이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왕의 일을 막는 것 외에 그가 한 일이 무언가. 정도전이 백부라는 것 외에 그가 성취한 것이 무엇인가. 그러면서도 모순적이게 왕과 귀족의 혈통을 비웃는다. 혈통이 주는 특권이 대체 무어라고. 더보기
Paris découverte 2012.12.1이 곳에 와서 본 중 가장 아름다운 해 지는 풍경이었던 것 같다. 즐거워야 한다는 다짐이나 강박 자체가 없는 것이 즐거운 상태라는 충고를 들었다. 너무 맞는 말이라 말문이 막혔었다. 놀랍게도 어느 새 12월이다.wanderer + -wow!!! beautiful!소리 + -Yeah... isn't it really? 딸기 + -포토다이어리 올려주니 참 좋네... 예전의 소리를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고. :) 더보기